본 연구는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개인채무자를 위한 채무조정 제도에 관한 것이다. 과거 도산절차에 관한 연구는 주로 법리해석, 도산법과 집행법의 충돌, 이에 대한 개선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에 관한 연구는 서민금융정책의 관점에서 행하여 졌다. 또한 도산법 연구는 민사소송법 관련 법학자들 중심으로,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제도 연구는 주로 소비자 관련 학문 또는 공공경제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도산제도와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제도에 대한 개별적인 연구는 활발하지만 이를 결합하여 하나의 채무조정 체계로 연구한 사례는 드물다. 그 이유는 아마도 도산절차에 관한 연구는 법학의 영역에서,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제도에 관한 연구는 소비자금융 또는 서민금융정책에 관한 학문의 영역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위 두 개의 분야를 포괄하여 다루는 학자는 드물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가끔 도산절차와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절차를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논문도 나오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지는 못하였다.
외국의 경우, 법원 외에서 행하여지는 채무조정절차가 있기는 하지만 종국적으로 법원이 관여하여 강제력을 부여함으로써 이러한 절차에 대한 유인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의 채무조정 제도에 관한 연구는 도산법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우리나라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절차는 법원이 관여하지 않고, 사실상 행정부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조정이 이루어지는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다. 즉 도산절차와 분리되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채무조정제도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자발적 양보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공권력을 이용한 채무조정 제도가 별도로 존재한다는 것은 외국의 사례와 비추어보아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이와 같이 부자연스런 제도가 탄생한 것은 우리의 채무조정 제도가 경제주체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수립·시행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외환위기(1997년) 및 신용카드 사태(2002년) 등 거대한 외부환경변화로 인한 대규모 채무불이행자 발생의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하여 행정권이 개입할 수 있는 제도를 수립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채무조정 체계는 당시의 문제해결(채무불이행자의 경제적 재기)에 상당부분 기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체계적이지 못하고, 법원과 신용회복위원회의 무의미한 실적 경쟁을 부추기며, 두 절차의 단절을 초래하여 제도 개선에 장애를 초래하는 문제가 있다.
이 논문은 위와 같은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방안으로 채무조정 체계를 도산법을 중심으로 수직화·일원화하여 법원과 신용회복위원회의 기관 성격에 맞는 역할을 부여하도록 제안하였다. 이에 입법이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는 법률과 대법원 규칙의 개정을 제안하였다.
끝으로, 본 논문에서는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제도에 관하여 비교적 상세히 기술하였다.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제도는 아직 도산절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연구된 분야이기 때문이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설립배경과 연혁, 운영, 예산 편성, 채무조정의 근거인 협약의 제·개정 절차를 소개하여 다른 연구자에게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제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