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본질적 존재 목적은 주주의 이익보호라는 점에서, 주주는 상법상 법률관계의 중요한 이해당사자이다. 한편, 이사는 업무수행을 통해 회사를 운영하는 주체로서, 이사의 회사에 대한 의무 및 책임은 상법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아울러, 이사의 임무위배 및 이로 인한 회사의 손해 발생이 인정될 경우 이사의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여 형사 처벌되기도 한다.
그러나 회사 재원의 원천인 주주에 대한 이사의 의무와 책임은 매우 불분명하고, 이사를 주주에 대한 업무상배임죄로 처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근래까지 판례는 '이사는 주식회사와 별개인 주주들에 대한 관계에서 직접 그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여, 주주와의 관계에서 이사의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사의 주주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성은, 우리나라와 같은 오너 중심적 재벌기업 지배구조에서 특히 유용하고, 강조될 수 있다. 재벌의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목적을 위한 자본거래는 현재도 지속되고 있지만, 이로 말미암은 선량한 일반 주주들의 손해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사의 주주이익보호 책임을 강화해야 할 사회적 필요성은 오랜 시간 존재하였으나,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아직까지 미제로 남은 것이다. 본 논문은 위와 같은 사회적 필요성을 기초로, 회사를 둘러싼 법률관계에서 이사의 형사상 책임범위를 주주에 대한 관계에서까지 넓히자는 주장을 개진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먼저, 경영권 숭계 목적의 자본거래가 문제된 대표적인 사건인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사건의 구체적인 쟁점을 검토하였다. 법원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의무와 책임 등에 관하여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그 구체적인 논리 및 한계에 주목하였다. 이는 회사와 주주 양자 간 누구의 이익을 더욱 강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우열관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사가 부담하는 업무상배임의 '타인 사무' 의 범위를 주주로까지 확장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효과적인 논의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 이사의 업무상배임죄의 책임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할지 여부에 대해 검토하였다. 즉, 현행 판례가 인정하고 있지 않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사무처리자의 지위를 법리적으로 구성할 수 있을지, 만약 가능하다면 이사의 임무위배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주주의 손해를 회사의 손해와 구별하여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논의 하였다. 그 이론 구성의 토대는, 주식회사 제도의 본질이 주주이익의 극대화라는 점에 착안하여 법인격과 법인이익의 독립성을 강조해온 법인이론 및 법인이익독립론의 논리로부터 탈피함으로써, 이사가 부담하는 선관의무의 보호대상을 주주이익으로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나아가, 종래 판례가 견지해온 차액설의 입장을 따른다면, 회사가 아니라 주주에게만 경제적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이를 규율하는 데에 법적공백이 발생함을 확인하고, 자본거래설의 입장에 따라 주주의 경제적 손해를 온전히 주주의 법적 손해로써 귀속시킬 수 있는 논리를 제시하였다. 이로써, 이사는 주주와의 관계에서도 사무처리자의 지위에 놓이며, 이사가 그 임무를 위배함으로써 주주에게 발생한 경제적 손해는 회사로부터 독립된 별개의 손해로 완전히 주주에게 귀속되어, 이사를 업무상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덧붙여, 현행 민사적 규율방법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을 밝혀, 위와 같은 이론구성을 통해 이사의 업무상배임죄의 책임범위를 확장해야 한다는 본 논문의 주장을 뒷받침 하였다.
마지막으로,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사건에 위 논리를 적용함으로써, 구체적 사안에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업무상 배임죄의 책임이 어떻게 성립할 수 있을지 검토하였다. 먼저, 에버랜드의 이사들은 전환사채의 저가발행으로 인하여 주주의 이익을 해하는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점을 알고도 이를 행한 것이므로 자본충실의무 등을 위반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나 지분가치가 현저하게 하락하는 손해가 발생하였으므로,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또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사건의 경우, 구 삼성물산 이사들은 합병비율을 달리하지 않으면 구 삼성물산 주주들의 부가 모두 지배주주 일가에게 이전될 것임이 충분히 예상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합병을 단행하여 선관의무를 위반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실제로 지배주주 일가에게 모든 부(富)가 이전됨으로써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일반주주들에게 손해가 발생하였으므로, 이사들의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