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우리 사회의 전형적 소수자로서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힘들 뿐 아니라 실제 낼 수도 없었던 한센인 2세의 목소리를 주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그래서 한센인 2세의 삶의 경험이 어떠했는지, 이 삶 속에서 무엇이 그들을 가장 힘들게 하였고 이 힘든 점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는지 그 본질적 구조를 밝히고자 하였다, 또한 이를 통해 한센인 2세를 위한 사회복지 실천적 및 정책적 개입 방안을 제시하는데 기여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의 연구 참여자들은 1960년 이후에 한센인 정착촌 또는 재가에서 태어나 성장한 한센인 2세 중 40대와 50대에 이른 이들로서 연구에 자발적으로 동의한 14명이 었다. 이들에게 반(半)구조화된 심층 면접으로 자료를 수집하였으며, 자료에는 연구 참여자들과의 심층 인터뷰와 함께 관찰, 현장노트 등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한센인 2세와 연관된 어원 및 관용어구를 추적하고 어원, 관용어구, 민속극, 속담, 풍습, 시, 소설 및 동화, 구술집, 그리고 사진집(포토 에세이 포함) 및 영화 등을 통해 풍부한 실존적 탐구도 진행하였다.
자료 수집 기간은 2018년 9월부터 2019년 4월까지였다. 본 연구는 반 매논(van Manen)의 현상학적 연구방법에 의거해 네 가지 생활세계(시간성, 공간성, 신체성, 관계성)에 따라 주제 진술, 본질적 주제 결정 및 글쓰기를 하였다. 이렇게 네 실존체에 따라 규명된 한센인 2세 연구 참여자의 삶의 본질적 주제(essential theme)는 19개 였고, 네 실존체에 따른 본질적 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시간성의 본질적 주제는 '속수무책이었던 그 날들', '허울뿐인 변화', '가난한 날의 행복', '삶 속으로 스며든 긍정적 변화'였고, 이 네 개의 본질적 주제는 "희석되는 그 타자"로 통합할 수 있다.
둘째, 공간성의 본질적 주제는 '주홍글씨', '영성이 충만한 공간', 체험할 수 없는 대중적 공간' 이었고, 이 세 개의 본질적 주제는 "내 쉴 곳은 우리 집"으로 통합할 수 있다.
셋째, 신체성의 본질적 주제는 '불명예자', '서버이벌', '정상인' 이었고, 이 세 개의 본질적 주제는 "이제 땅만 보지 않는 아이"로 통합할 수 있다.
넷째, 관계성의 본질적 주제는 '마녀사냥', '좁혀지기 어려운 간격', '악마의 편집', '파블로프의 개', '그래도 부모님', '머나먼 결혼의 여정', '방안의 코끼리', '힘이 되어 준 인간관계', '보이지 않는 힘' 등 이었고, 이 아홉 개의 본질적 주제는 "밤하늘의 북두칠성"으로 통합할 수 있다.
각 실존체의 통합된 본질적 주제를 "모래사막을 이정표 따라 걷는 우리들"이라는 하나의 본질적 주제로 통합할 수 있다.
본 연구를 통해 한센인 2세의 삶의 본질은 비 한센인들과 다른 형태를 갖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센병이 유전병이 아니라 극히 낮은 전염성을 가진 병임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한센인이라는 이유, 한센병을 바라보는 사회의 흉물스러운 타자의 모습으로 인해 한센인 2세는 사회적 차별과 배제 안에서 말할 수 없는 고통 및 애환을 간직한 채 살아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스스로 대처하거나, 인간관계에서 받은 상처를 다른 인간관계에서 치유 받거나, 유명인의 말과 행위로 용기와 희망을 얻고, 절대적 존재인 신을 믿고 이에 따른 영성적 삶을 살면서 고통과 애환을 치유 또는 감소시킬 수 있었다.
따라서 본 연구의 첫 번째 질문인 한센인 2세의 삶의 경험의 본질은 '한센병과 그들 자신과 무관했지만, 부모가 한센인이고 한센인 정착촌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타자화 되어 고통, 슬픔 및 아픔 등의 짐을 등에 지고 살았어야 하는 현실' 이었다.
두 번째 질문인 한센인 2세에게 무엇이 가장 힘들었는지에 대한 본질은 '자신들을 향한 사회적 차별과 배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고 자신의 위치(예: 사는 곳)를 말할 수 없는 비밀로 여겨야 했다'는 것이었다.
세 번째 질문인 이런 힘든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던 본질은 '이 환경에 스스로 고군분투하며 방법을 찾거나 가족, 친구, 선생님, 유명인 등의 직간접적인 위로와 포용을 통해 위안과 힘을 얻거나, 절대적 존재인 신과 함께하는 영성적 삶으로 아픔과 슬픔을 전화위복하였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