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실시로 부모를 요양시설로 위탁한 첫 세대인 베이비부머들이 시설에서 부모를 사별한 체험의 본질적 의미를 탐색하는 것이다.
장기요양보험은 노인 돌봄이 개인적 돌봄에서 공적 돌봄으로 전환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요양시설의 규모는 확대되었지만 아직 그 외양만큼 내실은 갖추지 못하였다는 것이 기존의 문헌 검토를 통하여 확인되었다. 장기요양보험이 갖고 있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요양시설은 '현대판 고려장'이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요양시설에서 부모를 사별한 베이비부머들이 체험한 것은 무엇인지 본질적인 의미를 탐색하였다.
연구방법은 van Manen의 해석학적 현상학 연구방법을 적용하여 현상학 자료로서 참여자들의 체험 이야기와 함께 어원 탐구 및 문학·예술 작품을 비교 검토하였다. 이 연구에서 참여자는 요양시설에서 부모와 사별한 베이비부머들 10명으로 구성하였다. 선정 과정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로서 연령은 50대 말에서 60대 초반이며, 요양시설에서 부모를 사별한 경험이 있는 자녀들로 정하였다.
참여자 선정은 세평적 사례 선택(reputational case selection) 방법으로 하였으며, 연구 참여자 선정 과정에서 자료수집의 포화를 위하여 눈덩이 표집 방법(snowball sampling)을 보완하였다. 본 연구에서 핵심 주제는 참여자들이 요양시설에서 부모의 죽음을 마주하여 성찰한 【삶의 귀환, '집'으로 가는 여정】이다. 핵심 주제는 연구 참여자들의 체험 진술을 통해 드러난 주제 13개, 그리고 본질적 주제 4개를 중심으로 현상학적 글쓰기를 통하여 최종적으로 도출하였다.
자료 분석은 van Manen이 제시한 4가지 실존체인(existential) 체험된 공간(Lived space)과 시간(Lived time), 몸(Lived body), 그리고 관계(Lived relationship)를 중심으로 분류하였으며 본질적 주제는 다음과 같다. 체험된 공간에서는 【요양시설의 '두 얼굴'-환대와 천대 사이】, 체험된 시간은 【이고치고(以苦治苦)】로, 그리고 체험된 몸은 【수난 받는 '몸꽃'을 응시함】으로, 체험된 관계에서는 【'자기 얼굴'을 마주함】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 결과에서 드러난 사별 체험의 본질적 의미들은 다음과 같다. 체험된 공간은 【요양시설의 '두 얼굴'-환대와 천대 사이】로 확인되었다. 긍정적 측면에서 참여자들은 요양시설의 돌봄 서비스를 자녀를 대신한 〈'선한 사마리아인'의 보살핌〉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참여자들의 요양시설에 대한 인식은 긍정보다 부정적 측면이 더 많이 드러났는데, 요양시설의 상업성으로 인하여 노부모들이 〈환자의 '머릿수'〉로 천대받는 체험을 하였다. 또한 선량한 얼굴의 이면에는 〈가면을 벗은 '민낯'〉으로 요양시설은 감옥살이, 수용소, 현대판 고려장이란 부정적 이미지로 인식되었으며, 요양시설의 '두 얼굴'이 확인되었다.
체험된 시간 【이고치고(以苦治苦)】에서는 〈'죽음 앞에 선 삶' vs '삶 앞에 선 죽음' 투쟁의 순간〉을 맞대면함으로써 참여자들은 부모의 마지막 임종의 순간에 연명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갈등을 겪었다. 이것은 존엄한 죽음의 의미를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참여자들은 죽음을 끝이라 생각하지 않고 〈'영원의 세계'로 눈이 뜨임〉을 체험하였다. 이들의 부모 사별 체험은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나'를 위한 주체적 삶으로 복원되는 과정이었다. 긍정적 미래 설계를 하게 되면서 참여자들은 〈인생의 '오계절'〉을 맞이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체험된 몸에서 참여자들은 요양시설에서 부모의 죽어감을 【수난 받는 '몸꽃'을 응시함】으로 세월이 흘러도 낫지 않는 마음의 상처 〈앙금으로 남은 죄책감〉을 갖고 있었다. 또한 참여자들의 〈평범한 일상을 갉아먹은 '24시간 손발'〉은 심신을 피폐하게 만들면서 삶이 '죽을 맛'이라고 표현하였다. 이런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면서 참여자들은 부모를 수난 받는 '몸꽃'으로 바라보며 〈연민의 눈물〉을 흘렸다.
체험된 관계에서 본질적 주제는 【'자기 얼굴'을 마주함】이었다. 그것은 비참한 모습으로 노부모가 요양시설에서 죽어 가는 모습이 자신의 미래 모습으로 투영되면서 참여자들은 죽음에 대하여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것은 〈누구나 가는 길〉 이었다. 자녀들에 대하여 자신도 짐으로 남고 싶지 않은 〈불편한 역지사지〉를 하였다. 이제 참여자들은 〈벗고 싶은 짐〉이었던 경제적 부담, 요양시설의 부모를 누가 모시느냐를 두고 형제간·부부간의 갈등도 모두 내려놓고 〈죽음이란 '길동무'〉와 함께 행복한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본 연구 결과를 통하여 요양시설 돌봄에서는 돌보는 이와 돌봄을 받는 환자들 사이에서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의 중요성이 발견되었다. 또한 요양시설의 상업성으로 시설 돌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나타났다. 사회복지 논의를 통하여 돌봄 종사자들과 사회복지사들에게 죽음에 대한 이해와 교육을 제안하였다. 베이비부머들의 정서적 지원을 위하여 애도 접근에 대한 사회복지 실천 차원의 개입과 요양시설에서 호스피스 돌봄을 적용 확대할 것을 제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