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유흥업소의 '1차'를 성매매의 연장선상에서 분석하여 지금까지 탐문되지 않았던 '1차'가 남성 손님에게 상품으로 팔리는 과정 및 전략을 분석한다. 또한 여성 종사자와의 관계에서 남성 손님의 '흥겨움'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질문한다.
이를 위해 9인의 면접 참여자를 심층면접하였고, 유흥업소 구인구직 사이트 4곳의 온라인 자료를 분석하였다. 수집된 내용의 분석을 위해 유흥업소의 접대 과정을 '1차'로 조작적 정의하였다. 더하여 비가시화된 여성 종사자의 노동을 "아가씨노동"으로 개념화하고 여성노동의 이론들을 활용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유흥산업은 식품위생법에 근거해 제도적으로 합법적인 식품접객업의 위치를 취하면서 유흥업소 '1차'와 성매매 사이의 연결성을 지우지 않는 식으로 영업을 확장해왔다. 유흥업소는 서비스의 차별화를 통해 스스로를 다양하게 라벨링했지만 다양한 업종을 망라한 '1차'의 핵심은 남성 손님에 종속된 여성 종사자의 존재이다. 남성과 여성의 파트너 관계는 여성 종사자에 대한 성적 침범조차 상품으로 정상화한다. 유흥업소의 이익을 위한 술 판매는 남성 손님을 만취하게 하고 여성 종사자는 만취한 남성을 응대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다.
유흥산업은 보도방 영업의 활성화에 기대어 여성 종사자를 대량으로 남성 손님에게 조달한다. 비대한 규모의 유흥산업에 여성 종사자를 공급하기 위해 이들은 여성 종사자의 출퇴근 압박을 최소화하고 소액 대출을 전면화하여 자신들의 책임을 비가시화한다.
둘째, 남성 손님은 파트너 관계의 여성 종사자와 데이트 놀이를 통해 '흥겨움'을 획득한다. 친밀한 관계를 연기하는 것을 넘어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권력감을 강화하고 확장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자랑하고 허세를 부린다. 이렇게 '갑'의 위치에서 시중 받는 감각이야말로 유흥업소 '1차'에서 남성 손님의 '흥'을 만드는 핵심으로 이 '흥겨움'은 여성 종사자의 노동으로 만들어진다.
여성 종사자는 남성 손님에 비해 '을'일 수밖에 없는 위치인 "아가씨" 됨을 전제로 남성 손님의 '흥겨움'을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각종 노동을 수행한다. 룸 분위기 전체를 파악하기 위해 눈치와 센스 있는 "아가씨"가 되고 파트너 남성을 감정적·물질적으로 보좌하며 파트너 남성을 포함한 모든 남성 손님들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는 감정노동이 필수적이다.
셋째, 유흥산업은 남성 손님에게 종속된 여성 종사자라는 위치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1차'의 위험성을 여성 종사자에게 알리지 않고 은연중에 조장한다. 여성 종사자는 결국 자신이 경험하는 위험한 사건, 사고를 본인 개인의 책임으로 인식하게 되고 유흥업소 내부와 외부 모두 여성 종사자의 위험을 방관해 여성 종사자는 고립된다.
누구도 자신의 편이 아닌 현실 속에서 여성 종사자는 자기보호전략을 터득하지만 유흥업소의 불평등한 권력관계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한계에 직면한다.
본 연구는 유흥업소의 '1차'를 둘러싼 성정치에 개입하기 위해 현행 법률의 한계에 그치지 않는 사회구조적 변화를 다각도로 모색할 필요를 제기한다. 유흥업소 접대 구조에 개입하려면 결국 유흥업소에서의 수입만이 빈곤한 여성에게 마련된 '마지막 선택'이라는 현실을 문제 삼아야 한다. 문제는 성차별적인 임금 구조와 선별적인 사회복지제도로 인한 여성의 빈곤이다. 유흥업소 접대 노동을 거부할 권리, 스스로를 상품화하지 않아도 인간답게 살 권리, 상품화의 착취 구조로부터 탈주할 권리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