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은 EFL이라는 특수한 환경 아래 실질적인 의사소통능력을 영어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강조해 왔다. 비교적 최근부터 실제 구어와 문어의 특징이 드러나는 교육 자료는 EFL환경의 학습자들의 의사소통능력 향상에 필수라는 인식과 함께 이와 관련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다수의 연구들은 교과서와 수능에 나타난 대화문이 구어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며 이로 인해 자료의 사실성(authenticity)이 떨어질 수 있음을 지적했고, 사실성이 낮은 대화문에 학습자가 지속적으로 노출 될 경우, 성공적인 의사소통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교과서 및 수능에 등장하는 대화문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본 논문은 선행연구를 통해서 그동안 수능영어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음에도, 수능에 등장하는 대화문의 사실성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의 수가 비교적 적을 뿐만 아니라, 교육과정 시기별로 구어와 문어의 특성이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므로 본 논문은 EFL학습자들에게 제시되는 영어자료의 발전과 사실성 연구를 위한 수많은 노력에 작은 힘을 보태고자 다음 주제에 관련하여 네 가지 연구문제를 제시하였고, 분석을 통해 얻은 결과를 정리하였다.
'지난 27년간 실시된 수능영어영역의 대화문, 독백문, 읽기지문은 어휘적, 통사적, 담화적 특성 면에서 어떠한 차이가 있으며, 구어와 문어의 특징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가? 또한 교육과정 시기별로 이러한 특징들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이를 위해 먼저 구어와 문어의 특성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연구 결과와 국내·외에서 진행된 관련 선행연구들을 검토하였다. 문헌에 따르면, 문어는 구어보다 내용 이해를 위해서 더 많은 양의 어휘를 습득해야 하며, 구어가 문어보다 어휘 다양성이 낮고, 고빈도 단어가 많이 출현한다. 통사적으로 구어는 문어보다 복잡하며, 통사적 복잡성을 회피하는 경향으로 명사구의 길이가 짧다는 특징이 나타난다. 담화적 특징으로 문어는 구어보다 응집성이 높고, 논리접속사를 자주 사용한다. 구어는 발화중복현상이 자주 나타나 발화 내용의 일관성과 구체성을 높여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한다.
이러한 문헌의 내용이 수능영어영역에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본 논문은 1994년부터 2020년까지 시행된 28회 차의 수능영어의 듣기영역과 읽기영역을 분석하였으며, 듣기영역의 경우에는 사회적 상호작용 때문에 나타나는 특징에 대한 문헌의 내용을 참고하여 대화 상대방이 존재하는 대화문과 대화 상대가 존재하지 않는 독백문으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수능영어영역의 대화문, 독백문, 읽기지문은 어휘적, 통사적, 담화적 특성면에서 모두 차이가 나타났으며, 이러한 차이들은 실제 구어와 문어의 차이에 대한 문헌의 내용과 대부분 일치하였으나, 일부(통사적 복잡성, 발화중복현상)는 일치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은 실제 대화 현상과 대화문 사이에 차이가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원인 분석과 개선을 위한 후속 연구와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교육과정 시기별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살펴본 결과, 어휘적 특성에서는 시기별 차이가 없으나, 특정 통사구조밀도(명사구, 동사구, 동명사구, 부정사구밀도)에서, 담화적 특성에서는 의미적 응집성(전체 문장 간 의미적 유사성, 신-구 정보)과 논리접속사표지(인과접속사)에서 교육과정 시기에 따른 변화가 나타났다. 그러므로 이러한 변화가 실제 구어의 특성을 더 잘 반영하는 요소인지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음성언어를 바탕으로 하였음에도, 읽기지문과 독백문과의 관계는 읽기지문과 대화문의 관계와 서로 다르게 나타났기 때문에, 수능듣기영역을 대상으로 구어의 특성을 연구하는 후속연구에서는 대화문과 독백문을 분리할 것을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