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 명상 열풍이 불고 있는 추세에 따라 일부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국내 명상학계는 명상의 긍정적 효과성에 초점 맞춰 이를 양적으로 검증하는 연구가 주류를 이루는 추세다. 이에 국내 위빠사나 수행자들의 부정적 경험과 그 극복 과정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위빠사나 수행자들이 겪은 부정적 경험과 이를 극복한 경험의 의미와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연구 문제를 가지고 현상학적 연구로 진행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위빠사나 수행자들의 부정적 경험 및 극복 경험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그 의미와 본질을 밝히기 위해 지오르지의 현상학적 연구 방법을 채택하였다. 목적 표집 방법 중 편의 표집과 눈덩이 표집을 활용하여 총 8명의 마하시 위빠사나 수행자들과 심층 면접을 실시하였고, 연구자가 직접 필사한 축어록을 지오르지가 제시한 5단계 분석 절차에 따라 현상학적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294개의 의미 단위가 도출되었고, 이를 공통되거나 유사한 것끼리 통합하여 91개의 의미 범주로 압축하였다. 각 의미 범주를 포괄하는 31개의 하위 구성 요소가 도출되었고, 각 구성 요소들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일반적 경험 구조를 찾고자 시간의 흐름에 중점을 두어 묶은 결과, '부정적 경험과 맥락', '극복 과정', '극복 후 변화'의 3개 영역에서 총 8개 주제, 21개의 구성 요소가 도출되었다. 8개 주제는 〈부정적 경험을 하다 : 낯설게 소용돌이치는 심신의 격랑〉, 〈부정적 경험의 원인을 알게 되다 : 욕심으로 짓는 사상누각(沙上樓閣), 발전의 쓴 열매〉, 〈부정적 경험에 대해 이해하다 : 그렇게 살아왔던, 내 삶의 모습〉, 〈부정적 경험에 대처하다 : 바람[欲] 없는 정진, 그 틈에서 돋아나는 희망〉, 〈극복의 디딤돌과 걸림돌 : 재가생활의 안개 속 '믿음'이라는 등대〉, 〈부정적 경험이 극복되다 : 사라짐과 넘어섬〉, 〈극복을 통해 변화하다 : 평온의 바다 위로 비상(飛上)〉, 〈부정적 경험 및 극복에서 통찰을 얻다 : 지혜가 깊어진, 성장 여정〉이다.
참여자들은 부정적 경험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 그 후 변화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전반에 대해 수행의 과정이자 발전 단계로 이해했으며, 성장 여정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로써 본 연구의 참여자들이 겪은 부정적 경험 및 극복의 본질은 '지나온 삶을 돌아봄으로써 집착에서 벗어나 지혜가 성숙되는 성장 여정'임을 알 수 있었다.
본 연구에 참여한 위빠사나 수행자들의 부정적 경험과 이를 극복한 경험은 호흡의 불편함, 무의식적 움직임 등의 신체적 경험, 불안과 두려움, 의심, 지루함 등의 정신적 경험에서 기존 연구들과 유사했고, 서양 심리학자들이 소위 '명상의 부작용'으로 주목한 자아감 관련 경험은 보고되지 않은 차이를 보였다. 욕심과 지나친 노력, 집중이 깊어져 수행 단계가 발전한 것이 원인이었고, 살아온 습관이나 개인의 성향 등 개인적 특징이 그 바탕에 깔려 있었다는 점은 선행 연구 결과와 유사했으나, 본 연구에서는 외적 원인이 언급되지 않았다. 부정적 경험 극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지도자에 대한 믿음이 확인된 것은 선행 연구물과 비슷한 결과였으며 위빠사나에 대한 믿음,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은 본 연구에서 새롭게 나타난 결과였다. 한편, 해외 연구에서 드러난 외적 도움 요인이나 방해 요인은 본 연구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부정적 경험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있는 그대로 관찰하여 알아차림'이 중요하게 부각된 것 역시 기존 문헌 및 선행 연구에 부합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욕심과 집착이 약해지고 무상·고·무아에 대한 지혜가 깊어졌다는 점, 이를 위빠사나 명상 중에 겪을 수 있는 일반적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성장 여정으로 이해한 점은 기존 문헌 중 마하시 위빠사나 전통을 기준으로 한 것과 비슷한 결과였다.
본 연구는 국내 위빠사나 수행자들이 명상 중에 마주칠 수 있는 부정적 경험에 초점 맞춰 질적 분석을 실시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작지 않은 의미가 있다. 특히, 부정적 경험 내용 중심으로 진행된 해외 연구와는 달리 극복 경험과 극복 영향 요인까지 함께 탐색되었다는 점이 그 의미를 더한다. 무엇보다도 수행 경험과 이론을 충실히 갖춘 지도자가 중요한 극복 디딤돌로 꼽힌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명상이 급속도로 대중들에게 보급되는 시점에서 서양의 여러 학자들이 경종을 울린 명상 관련 부정적 경험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가 제시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위빠사나 관련 명상을 개발 및 진행할 때 부정적 경험에 대비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데 본 연구가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부정적 현상을 경험하는 수행자들을 적절하게 이끌어 줄, 역량 있는 지도자를 양성할 수 있는 학문적 기초를 다졌다는 데에 본 연구의 의의가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본 연구는 다양한 명상학적 의의를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제한점을 갖기도 한다. 이러한 제한점과 더불어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가 나아갈 몇 가지 방향에 관해 제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