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과 통계 이론이 수학의 타 분야와 대비되는 부분이 많은 점은 수학자들뿐만 아니라 여러 수학교육학자들에 의해서도 많이 거론돼 왔다. 특히 패러독스는 확률 개념의 발생 과정 중에 나타나는 증명과 반박을 통해 끊임없는 추측의 개선들을 담은 하나의 자료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확률에 대한 이런 논쟁들을 일으킨 패러독스들 중 하나인 베르트랑 패러독스(Bertrand paradox)를 살펴본다.
먼저 베르트랑 패러독스에 대하여 간략히 소개한다. 이 패러독스는 주어진 원 내부에 현을 임의로 그어낼 때 원에 내접하는 정삼각형의 한 변의 길이보다 더 길 확률을 묻는다. 기존 수학에 대한 기대대로라면 이에 대한 답이 유일하게 나오기를 예상하게 되지만, 임의적으로 현을 선택하는 행위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서 다양한 답이 도출된다. 이후 Borel, Poincaré를 비롯한 여러 수학자들은 어떤 답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논박을 거듭해오며 하나의 답으로 추려내려는 시도를 해왔다.
이 논문은 세 가지 측면에서 베르트랑 패러독스를 재방문하려 한다. 첫 번째로, 제시된 세 가지 확률 계산은 문제의 조건이 달라짐에 따라서 적용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패러독스에 내재된 대칭성 조건을 부정해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면 이에 대한 확률 계산들이 이루어질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이 논문은 측도론을 바탕으로 이 확률 계산들을 보완하여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일관적인 세 확률 계산을 찾아내어 보이고자 한다.
두 번째로, 베르트랑 패러독스를 이용하여 확률을 교육할 때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제시하는 공학적 도구를 활용한 수학 교수·학습 방안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는 것이다. 물론 측도론은 학부 과정 이상의 내용이므로 이 논문의 방향을 고등학생들에게 그대로 선보일 수는 없지만, 베르트랑 패러독스 문제 자체는 기하학적 확률을 안다면 충분히 다뤄볼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 논문은 베르트랑 패러독스를 고등학생들에게 소개하는 상황 속에서 공학적 도구의 활용의 두 가지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먼저, Matlab을 통해 현을 그리는 확률 실험을 시행하는 알고리즘과 그 결과들을 소개하고 알고리즘의 수학적 원리를 기술한다. 다음, Excel을 통해 베르트랑 패러독스 속의 세 가지 수학적 확률과 통계적 확률 간의 연결성을 보여주는 확률 실험을 시행하는 과정과 그 결과들을 전개한다.
마지막으로, 베르트랑 패러독스에 관한 견해를 밝히려 한다. 주어진 세 가지 확률에 관하여 어떤 것이 타당한 것인가에 대하여 논의는 여럿 있어 왔다. 이 논문은 Borovcnik의 확률 교육에 관한 의견들 중 하나를 빌려 확률은 실재(實在) 대상에 내재된 특징이 아니라, 단지 현실(現實)을 모델링하려는 노력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한다. 그에 대한 근거로서의 일례로 물리에서 유클리드 기하 구조 대신 비유클리드 기하 구조가 적합한 경우들이 등장하듯, 당 패러독스 상황 속에서 원에 비유클리드 기하 구조를 부여하면 그간의 타당함에 대한 논거들이 유효할 수 없다는 점을 주목한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명확한' 답의 확률을 구하려는 노력은 확률측도의 공리에 입각해서 나올 수 있는 다양한 이론적 확률들 중 당사자의 신념 내지 환경·상황 등의 수학 외적 요인을 결부하여 수학적으로 모델링하는 데에 걸맞은 것들로 '선택'하는 행위라고 바라볼 수 있겠다. 이러한 관점을 이어가 부록에서는 패러독스에서 주어진 원에 반구사영 비유클리드 기하 구조를 부여하고 그에서 일어날 수학적 현상 하나를 추측하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