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전통의학에서 두창(천연두)이나 마진(홍역) 등 전염성 질병 치료와 관련된 의학지식은 양적인 측면에서 방대할 뿐만 아니라 의료사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전통사회에서 전염병의 창궐은 천재지변이나 전란과 견줄 만큼 한 사회의 근간을 뒤흔들었던 요인이었고,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들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여러 서적들이 저술되어 오늘까지이어지고 있다. 또한 이러한 전염병의 유행은 정치사, 생활사, 문화사, 의료사가 만나는 접점으로 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읽어내는데 중요한 소재가 된다.
하지만 현대 보건의료 측면에서 전통의학에서 접근하는 전염성 질병의 치료가 더 이상 중요한의미를 가지지 못하면서, 이와 관련된 의학자나 서적, 그 안의 내용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그러나 전염성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고안된 상한온병학이 오늘날에도 꾸준히 연구되고 임상에서 활용되는 것처럼 두창과 마진 치료를 위해 고안된 전통의학의 방법들이 오늘날 직면한 질병들을 치료하는데 단서가 될 수도 있다.
본고는 두창을 극복하기 위해 이종인이 저술한 『시종통편』 을 다루고 있는 연구로서, 먼저 저자 이종인이라는 인물에 대하여 족보 등 관련 문헌을 통하여 생애와 가계 등을 심도 있게 추적하였고, 이어 『시종통편』 원문 전체를 번역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시종통편』 의 의학적 의의에 대해 고찰하였다. 연구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았다. 1. 이종인은 왕실의 후손으로 근기남인의 핵심 가문 출신이다. 2. 현재 『시종통편』 은 목판본 1종과 다양한 필사본이 전해지고 있다. 3. 인용문헌으로 볼 때 19세기 이후 중국의 두창 치료법과 이론 체계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조선의 상황에 맞게 변통한 결과물이다.
결론적으로 이종인을 단순히 포천의 향의로서 인두법 보급 과정에 등장하는 보조적인 인물로만 보기에는 부족함이 있으며, "의학을 몸소 실천한 실학자"로서 새롭게 자리 매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