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송수권의 시 세계를 이루는 토속적 서정성을 한과 흥을 중심으로 고찰하고, 동시에 그의 시의 리얼리즘적 확대에 대해서도 조명해보는 데 목적을 두었다. 전통 서정시를 대표하는 시인 중에서 송수권의 시 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는 한편, 그 한계점에 대해서도 고찰해 그의 시 세계를 보다 깊고 폭넓게 진단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송수권은 전통 서정시의 맥을 성실히 이어 온 시인으로 평가된다. 그는 현대 문명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자연친화적 서정과 정신문화의 복원을 시로 노래했다. 그는 한국 시단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일관되게 전통 서정시란 무엇이며 또 어떻게 써야하는 것인가에 대한 모범 답안을 제시해 왔기 때문이다. 그 핵심은 남도의 토착 정서, 토속어, 가락을 살려 그 질과 격, 미학적 가치를 높인 점과 전통 서정시의 주류를 이루어온 소극적 관조와 여성적 정조를 남성적 의지로 치환해, 한은 정제해서 승화하고 흥은 생활의 활력으로 역동화한 점이다. 그리고 남도의 공동체 정신과 전통적 정신문화의 특성을 민중의 시각에서 조명한 점을 꼽을 수 있다.
한편, 흙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 송수권의 감성적 언어가 급격한 산업화를 배경으로 하는 도시의 감각적 문화와 만날 때, 또 사회 혹은 정치 현실의 비판에 참여할 경우, 신명과 평정을 잃고 낯선 시풍을 보인다.
이와 같이 양가적 시각에서 진행한 본 연구의 성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송수권의 시를 통해 남도의 토착 정서와 언어문화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한 점이다. 둘째 송수권의 시에서 남도의 정신문화적 가치를 재발견한 점이다. 셋째 송수권의 시어와 가락의 효과적 배치와 변용에 대해 분석한 점이다. 넷째 남도의 토착어와 가락이 송수권의 시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집중 탐구한 점이다. 다섯째 남도의 토속어와 가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송수권이 한국시단에 끼친 영향에 대해 고찰한 점이다. 여섯째 송수권 시의 풍류적 정서에 대해 고찰한 점이다. 일곱째 송수권의 시를 문명 비판에 따른 정신문화 회복의 대안으로 제시한 점이다. 여덟째 송수권의 전통 서정시와 그의 토속적 서정성이 산업사회의 이질적 문화와 갈등 양상을 빚을 때의 시를 비교해 양자의 장단점을 분석한 점 등이다.
송수권은 산업화 시대 이후 전통 서정시의 입지가 흔들리고, 새로운 형식의 시가 시도될 때에도 전통의 방식과 정서 그리고 언어를 고수한다. 이는 과거 지향적 퇴조가 아니라 전통의 복원을 추구한 나름의 방법론이었다. 그러나 자연친화적 정서를 바탕으로 100여 년을 군림해 온 전통 서정시는 현대 문명사회에서 다양한 변화를 요구하는 예술의 속성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
따라서 송수권의 전통 서정시에 대한 천착은 그의 시 세계를 전통 서정시인으로 명확하게 규정짓는 반면, 전통 서정시의 외연을 확장하지 못한 것은 그가 가진 시 세계의 한계이기도 하다. 이 점은 전통 서정시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와 그 개선을 요구하는 시대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