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동학농민혁명은 장흥의 역사 속에서 가장 큰 지역적 경험으로서, 마지막 전투지는 그 역사성을 인정받아 국가사적으로 지정되고 기념관이 지어졌다. 그러나 장흥동학농민혁명의 기억은 석대들 전적지만이 아닌 장흥지역 곳곳에 분포하여 있으며, 아직도 일부 연구자와 관심 있는 이들만이 인식하는 묻혀진 기억으로 남아있다. 서구사회에서 기억에 대한 대두는 서구 근대문명이 구축했던 객관성, 합리성과 특히 역사의 견고한 틀들이 약화되고, 2차 대전 이후 나타난 서구적 '근대성'에 대한 자기성찰의 흐름 속에 나타난다.
이에 따라 역사에서 소외되었던 기억과 기억의 장소들이 새로이 조명되고 있으며, 이러한 역사학적 성과들이 문화적으로 해석 적용되는 흐름을 이루고 있다. 최근의 문화 분야에서도 공간과 장소에 주목하여 역사, 문화적 기억의 장소를 보존하기 위한 공간 만들기와 장소기억에 기반한 도시재생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본 연구는 기억이론과 장흥동학농민혁명을 고찰하고 집단기억으로서 장흥동학농민혁명을 기억의 장소의 관점에서 재조명하였다. 피에르 노라의 기억의 장소이론에서 교차로로서 기억의 장소를 분석하였다. 이는 장흥동학농민혁명을 역사적, 민속지학적, 심리학적, 정치적, 문화적 차원에서 조명한 것이다. 또 기억의 장소의 세부유형으로서 물리적, 기능적, 상징적 장소에 대한 현황을 도출하고 장흥동학농민혁명을 문화적 기억으로 재현하고 전승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였다.
본 연구에서 도출된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역사적 사실의 뒤편에 숨어 있었던 장흥동학혁명의 집단기억을 기억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하였다. 그동안 장흥동학농민혁명은 역사적 관점에서 축소되고 협소하게 다루어왔다. 하지만 문화적 관점에서 재조명함으로써 풍부한 내용으로 구성된 기억의 장소로서 새롭게 정의하였다.
둘째, 피에르 노라의 교차로 분석을 통하여 역사적, 민속지학적, 심리학적, 정치적, 문화적 차원에서 장흥동학농민혁명의 의미를 규명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장흥의 지역 정체성의 근간으로서 장흥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시각을 확장하였다.
셋째, 장흥동학혁명의 기억의 장소들을 성격에 따라 물질적장소와 상징적 장소, 기능적 장소로 분류하고 의미와 현황을 도출하였다. 도출된 기억의 장소들은 이후 문화적 활용을 위한 준비 작업으로서 의미가 있다.
넷째, 장흥 동학혁명의 기억이 지역의 문화적 기억으로서 전승되기 위한 다양한 문화적 활용방안을 검토하고 제시하였다. 장흥동학혁명의 기억을 제도적 차원에서 보존하고 공동체의 참여와 협력으로 만들어 가는 생태박물관(ecomuseum)과 미래유산제도, 프랑스 방데지역의 역사적 기억을 문화콘텐츠로 승화시킨 '시네세니'와 같은 사례들을 장흥동학농민혁명의 기억유산에 대한 문화적 활용사례로 검토하였다.
문화는 역사적 사회적 제반 환경의 산물로서 뿌리내린 지역적 토대에서 자양분을 받고, 성장하며, 생성되는 순환구조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 장흥동학농민혁명의 기억의 장소는 장흥이라는 지역적 범주에서 발생되었으며, 자신의 역사적 조건과 사회적 환경에서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기억의 장소는 장흥의 지역문화로서의 독창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지역문화 속에서 장흥동학농민혁명의 기억의 장소는 문화적 의미구조를 갖는 지역문화의 원천으로서 다양한 문화적 해석과 전승의 토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