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초기불교의 삼매와 21세기에 태동한 긍정심리학의 몰입을 비교 연구한 것이다. 이 연구를 시작한 배경은 현대 심리학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긍정심리학의 몰입의 주제가 불교수행의 영적인 현상인 삼매와 매우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맥락에서이다.
프로이트의 심리학이 인간의 병리적 심층심리를 찾아내어 치료하는 것이라면 긍정심리학은 인간의 장점과 덕성에 대한 학문이다. 21세기에 들어, 물질의 풍요와 더불어 웰빙과 근원적 행복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보다 과학적인 접근으로 태동한 심리학이 긍정심리학이다. 긍정심리학에서는 행복은 즐거운 삶(pleasant life)과 몰입된 삶(engaged life)과 의미 있는 삶(meaning life) 등의 세 가지 요소로 나눌 수 있다고 제안하였는데, 여기서 몰입이란 '무언가에 흠뻑 빠진 심리상태'이다. 몰입의 상태는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강렬한 주의집중이며, 자기와 구분이 거의 사라지며 시간의 흐름도 망각하는 심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삼매의 범위로는 초기불교의 대표적 수행품인 37조도품의 삼매로 정하였다. 37조도품에서 삼매는 오근(五根), 오력(五力), 칠각지(七覺支), 팔정도(八正道)에서 일어난다. '삼매란 그것의 대상만이 빛나고 자신은 없는 것과 같은 상태이다.'라고 하였다. 이를 살펴보면, 삼매란 특정한 대상에 대한 집중을 통해 일체의 관념이 사라진 상태로서 대상에 몰입된 경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삼매는 여러 가지 측면이 있지만 하나만 말하려 하면, '유익한 마음의 하나 됨, 선심일경성 (善心一境性)'이다.
삼매의 특징으로는 "마음이 산란하지 않음이며, 집중하여 대상 자체에 몰입된 경지(자신이 사라짐, 무아)로서, 기쁨, 평온, 실상을 그대로 보는 지혜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마음이 대상과 온전하게 집중하여 있는 상태이며 삼매는 삼매의 상태로만 인지할 뿐이지 삼매의 상태가 바로 무아라고 단정 짓기는 무리가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삼매의 일곱 가지 필수적인 것은 정견, 정사, 정어, 정업, 정정진, 정념을 아는 것이라고 하였으니, 결국 팔정도는 정정(正定)을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삼매를 이루려면 감각의 문을 경계하며, 자제와 주의 깊음을 가지며, 적은 것에 만족하고, 오장애에서 해방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몰입은 일이나 운동, 예술 활동 등에서도 일어나며 몰입과 삼매의 공통점은 대상에 집중한다는 것과 결과로 기쁨, 즐거움, 평온, 지혜의 감정이 온다는 것이다. 밤낮으로 선정에 들어 깊게 수행하자 기쁨이 생겨나며 몸이 평온해지고 마음이 삼매에 들었다는 표현이 나타난다.
몰입 연구의 참가자들 상당수가 몰입 경험 후에 스트레스로부터 해방감을 느꼈으며 행복을 맛보았다고 한다. 몰입은 즐거움과 아울러 감동으로 마무리되는 마음과 관련되어 있는 만큼 스트레스 감소도 따라온다. 뇌 과학적인 시각에서는 몰입상태의 뇌는 삼매(깊은 명상)의 경지와 유사하다. 즉 종교적 영성 상태의 뇌와 고도로 몰입된 상태의 뇌는 거의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차이점으로는 몰입은 활동의 효과를 즉시 확인할 수 있으며, 과제의 난이도와 실력이 알맞은 균형을 이루면 잘 경험 할 수 있지만, 삼매는 몰입보다는 활동의 효과를 즉시 확인하거나 잘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데 나타난다. 몰입에서는 파멸적 몰입으로 주식, 도박, 약물 중독이 가능하다. 반면, 삼매의 특징으로 선심일경성(善心一境性)을 들며, 이것은 좋은 대상, 선한 대상에 집중함으로써 오장애를 극복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삼매는 계·정·혜의 수행과 함께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계는 심신의 조절로서 定이나 慧를 얻기 위해서이다. 定은 등지(等地), 또는 삼매라 번역된다. 계를 지킴으로 정을 얻고, 정을 얻음으로 혜를 이루는 관계로, 계를 지키는 것은 삼매수행의 가장 중요한 근간이자 도덕성의 완성을 의미하며 수행자가 갖추어야 될 중요한 자질임을 말한다.
서양에서 태동한 긍정심리학은 행복과 성장이 인간이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이라는 가정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인간은 자신의 잠재능력을 계발하고 발휘함으로써 성장하려는 욕구를 지닌다.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욕구들이 균형 잡히고 조화롭게 충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긍정적 정서가 생리적 이로움에 미치는 효과를 적용하여 보면, 긍정정서인 몰입을 자주 경험한 사람들은 그만큼 고양된 신체적 및 정신적 건강을 누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대로 인정할 수 있었다. 긍정적 정서를 가질 때 인간은 행복해진다. 긍정적 정서란 기쁨, 만족, 행복 등을 말한다. 몰입은 현재에 대한 긍정적 정서이다.
인간은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생의 여러 가지 난관과 역경을 극복하고 행복한 삶을 이룬다는 점을 주목하면 그 성취의 과정은 행복, 기쁨, 사랑, 몰입, 평정감 등의 심리적 요인이 있다. 긍정적인 정서는 삶의 의미와 목적을 발견하는 개인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것은 동양의 오랜 영적 수행인 삼매의 목적 역시 궁극적인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몰입과 삼매는 인간에게 중요한 일이며, 그 결과는 현재를 열심히 살 수 있는 행복, 사랑, 지혜를 가져오는 일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물질적인 것만을 통하여 행복을 얻는 것은 일시적이고 공허하다. 하지만 정신적 몰입이나 삼매의 경지는 인생의 질과 차원을 변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몰입과 삼매는 특히 오늘날 같이 물질의 풍요와 달리 피폐해지는 현대인의 정신적, 심리적 상태를 창조적이고 신성한 최상의 삶으로 바꿀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행복해지고, 삶의 목적을 높이며 내용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추구는 동서양을 초월한 인류의 염원이고 지향점임을 알 수 있었다. 몰입과 삼매, 그리고 종교적 영성이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 행복의 근원은 우리가 우리보다 더 높고 더 큰 의미가 있는 무엇을 향할 때 비로소 마련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