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출소예정 노인수형자의 출소가 다가오는 시기에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보여줄 수 있는 주관적 계층인식과 우울 및 자살생각 등 개인적 정신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이들 간의 영향관계를 파악하여 사회적 지지와 같은 정서적, 경제적 개입의 효과 가능성을 검증하는 것이다.
노인수형자는 가족으로부터 고립되기 쉽고 우울증 등 정서불안을 경험하며, 사회·경제적 지지자원이 부족하여 출소 후 사회재적응이 어렵고 재범률이 높다는 특성이 보고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행위시법에 의한 재판을 통해 형이 확정되고 형이 집행되어 그 형기가 종료된 모든 노인수형자의 출소는 막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노인수형자에게 있어 출소가 다가온다는 의미는 노인수형자에게 온전한 자유가 기대되는 것이 아닌 다시금 사회적인 시험대에 놓이게 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본 연구의 기저로 먼저 주목한 것이 계층적 불안인식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의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급격히 사회구조가 재편성되었고, 갑작스럽게 찾아온 사회경제적 환경변화는 IMF 외환위기를 겪은 세대들에게 중산층 귀속인식마저 급감하게 하는 등 계층적 불안의식을 야기하였다. 계층적 불안의식은 우울감이나 자살생각과 같은 정서불안감을 경험하게 하고 있는데, 실제로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국가라는 불명예를 차지하고 있다. 자살률은 사회경제적 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에 본 연구는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표로서 작용할 수 있는 주관적 계층인식과 자살생각에 주목하였다. 즉, 출소예정 노인수형자의 주관적 계층인식이 노인수형자의 우울감을 초래하고 자살생각으로 이어지는 영향관계를 사회과학적 방법으로 측정하여 사회적 지지의 조절효과 등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이를 검증하기 위하여 본 연구는 전국 교정기관의 65세 이상 노인수형자들 중 출소가 3개월 이내로 다가온 노인수형자들을 대상으로 연구참여자 동의서를 통해 자발적인 연구참여 의사를 밝힌 노인수형자에 한하여 그들의 계층적 불안인식과 정신건강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최종적으로는 171명의 케이스를 바탕으로 통계적 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방법으로는 연구대상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에 대한 빈도분석, 주요변수에 대한 기술분석을 실시하였으며, 다중공선성을 확인하기 위해 상관관계분석을 실시하였다. 주관적 계층인식, 우울, 사회적지지, 가족지지, 친구지지, 주요타인지지, 자살생각 간의 관계를 검증하기 위하여 SPSS PROCESS macro 프로그램을 적용하여 분석하였으며, 부트스트래핑을 이용하여 우울의 매개효과를 확인하고, 사회적지지, 가족지지, 친구지지, 주요타인지지의 조절효과를 측정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분석된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에 있어서 주관적 계층인식과 인구사회학적 특성 간에 상관관계분석에서 주관적 계층인식은 학력, 거주형태, 이혼사별유무, 경제상태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둘째, 출소예정 노인수형자들의 주관적 계층인식은 우울의 매개경로를 거쳐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하였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출소예정 노인수형자의 주관적 계층인식이 낮을수록 자살생각이 높아지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셋째, 출소예정 노인수형자에 대한 가족 지지는 주관적 계층인식이 자살생각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저지하는 상호작용 효과, 즉 완충적인 조절효과가 있음이 실증적으로 확인되었다. 다만, 사회적 지지의 하위변인 중 친구지지, 주요타인의 지지도 주관적 계층인식이 자살생각으로 이어지는 영향관계에서 이를 완화하는 조절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실제분석결과에서는 통계적 유의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지지가 자살생각에 직접적으로 작용하였을 때에는 사회적 지지가 자살생각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검증되었다.
이상의 연구결과를 통해 도출된 실천적 함의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신건강사회복지사와 같은 정신건강관리와 사회복귀 등의 업무를 양방향에서 수행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적극적인 투입이 필요하다. 교정시설 내에서 우울과 자살생각으로 귀결될 수 있는 출소예정 노인수형자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출소 후에도 사회적인 지지망을 연결할 수 있는 정신건강사회복지사와 같은 전문인력의 투입은 교정시설이라는 특수한 환경과 외부사회의 환경적 갭을 메우고 노인수형자가 사회에 안정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실천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둘째, 연구에서도 검증되었듯이 출소예정 노인수형자의 자살생각에 조절효과를 나타낸 사회적 지지를 높일 수 있도록, 특히 주관적 계층인식과 자살생각의 관계경로에 완충적인 조절효과를 보인 가족지지를 높일 수 있도록 노인수형자에 특화된 가족관계 회복 프로그램의 도입을 제안한다. TSL 프로그램 같은 의생명과학적 효과성이 검증된 전문적인 가족관계 회복 프로그램의 도입이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본 연구의 결과가 급격한 고령화 사회 속에 노인수형자의 출소 후 재범이나 자살시도와 같은 극단적인 행동경로를 저지하고 안정적인 사회유지를 견인토록 하는 종합적인 대책마련과 후속연구의 단초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