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음악의 아버지' 이자 '교회음악의 아버지' 라 불리는 요한 세바스찬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는 가톨릭교 음악의 아버지인가? 아니면 개신교 음악의 아버지인가?
본 연구의 목적은 한국 개신교 음악의 롤모델로서와 음악신학자로서의 바흐를 소개하고,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리기 위한 것으로서의 성속과 신구의 연합과 에큐메니컬적 교회일치의 보편적 색채가 담겨진 그의 음악신학을 《B단조 미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한때, 《B단조 미사》 는 바흐를 '종파적 모호성' 의 이슈 안에 가두기도 했었다. 그러나 바흐의 유품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있는 바흐 소유의 신학서적 『칼로프 성경』의 발견은 그를 루터교 정통주의에 정통한 '개신교 음악의 아버지' 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따라서 바흐의 '종파적 모호성' 에 대한 이슈는 역으로 개신교 음악의 아버지를 증명해 주는 키워드이자 바흐 당대의 역사적·사회적·신학적 맥락을 초월하는 보편성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202년의 간극을 두고, 두 음악신학자 바흐와 마르틴 루터 (Martin Luther, 1483-1546) 사이에는 분명한 연결고리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2017은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해였고, 한국 개신교 음악에서는 그를 재조명하고 기념하는 새로운 각오의 각성들이 있었다. 그리고 루터의 코랄을 대표하는 회중찬송은,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The Well-Tempered Clavier, BWV 846-893)을 통해, 새로운 조율체계를 확립하여 '표준음악' 을 제시하고, 코랄 프렐류드(Chorale prelude)와 코랄선율을 주제선율로 한 변주곡인 코랄 파르티타(Chorale partita)의 대위법적 확장을 창조해서 '교회 음악의 표준' 이 된 바흐를 상기하게 만들었고, 이는 당연한 이치였다. 따라서 오늘날 교회음악의 대표적 코랄 파생 양식들을 비롯한 칸타타, 오라토리오, 수난곡, 미사 등을 완성시킨 바흐를 '교회음악의 아버지' 로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개신교 음악은 전통적으로 바흐의 음악, 칸타타 등을 교회력에 따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개신교 음악은 바흐의 음악신학을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신학적으로는 루터와 함께하고 음악적으로는 바흐를 따르고 있었고, 한국 개신교 음악은 루터로부터 시작된 '모두 다 함께' 하나님을 찬양하는 회중찬송의 기능을 점차 폐쇄적이고 보편성을 상실해가는 문제점으로 양산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교회음악의 아버지로서, 바흐는 한국 개신교 음악의 보편성 상실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적 인물이다. 왜냐하면 과거부터 현재까지 시대를 초월하는 바흐의 음악은 모든 예술적 분야의 통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보편적 정신의 산물로 드러난다. 여기에서 보편성이라는 컨셉은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즉, 바흐의 음악신학은 신·구 음악양식과, 교회음악과 세속음악을 성서의 언어와 바흐의 독창성을 통해 재창조하여 교회의 일치라는 에큐메니컬적 보편성을 갖는 보편적 색채이다.
따라서 바흐의 보편성은 서로 상반되는 것들의 융합으로서 이를 구체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그러므로 《B단조 미사》에서 바흐의 보편성은 통합된 힘으로서, 상반된 개념과 서로 다른 음악스타일 및 역사적·종교적으로 대조되었던 것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바흐의 전기(傳記), 자필문서 등의 기록들을 통해 바흐의 신학관과 음악관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B단조 미사》에서는 이것이 통합되어 있음을 그의 음악신학에서 보여주고자 한다.
《B단조 미사》는 개신교와 가톨릭을 융합한 대표적 작품이다. 그러나 이것은 역으로 바흐가 루터교 정통주의에 확고한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바흐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대로, 그는 그의 시대와 동떨어져 살았던 기독교인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그의 당대의 사회적·종교적 경계 내에서 살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바흐의 사상과 작품들은 루터교 정통주의의 정신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 따라서 진정한 루터교 정통주의 정신 안에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서, '오직 하나님께 영광' 을 돌리며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사명을 다하듯, 바흐에게 있어, 깊은 겸손함으로 지칠 줄 모르며 다작(多作)으로 창조된 불굴의 연속성은 그의 진정한 경건함을 증명한다.
바흐는 피조물로서 온천지 만물의 모든 측면들은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구속력 안에 있는 존재로 인식했다. 바흐에게 있어, 만물을 포함한 전지전능한 하나님의 능력은 음악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음악은 하나님을 향한 표현이고 묘사이다. 이런 점에서, 바흐는 음악수사학의 실재적 적용을 잘 보여준 대표적 음악가이다. 따라서 그의 신학적 주제는 음악수사학으로 드라마틱하게 표현된다. 바흐는 음악수사학에 능통했고, 그것으로 자신만의 신학적 관점과 음악적 관점을 표현했다. 다양한 음악수사학의 형식들, 특히 숫자와 철자 상징기법은 가사의 내용뿐만 아니라, 가사로 보여주지 못하는 것들을 표현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따라서 바흐의 작품들, 특히 《B단조 미사》의 음(音)들이 보여주는 이면에는 수많은 상징과 함축성이 있다.
이상으로, 이 연구는 《B단조 미사》에서 바흐의 보편적 색채로서의 음악신학을 제시하였다. 그러므로 본 연구는 바흐의 음악신학이 어떻게 마르틴 루터의 신학과 음악신학을 배경으로 형성하였는지를 보여준다. 그 결과, 바흐에게서 경건주의·신비주의·계몽주의 요소들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바흐는 『칼로프 성경』을 통해 성서를 철저히 탐구했으며,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 대한 자신의 신앙고백을 S.D.G.와 D.S.G. 그리고 J.J.와 I.N.J.로 남겼다. 마지막으로, 오직 전능하시고 거룩하신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리는, 한 분 하나님으로서 삼위일체의 하나님 그리고 예수 그리그도의 십자가의 대속사건을 통한 속죄와 부활 및 재림과 천국소망에 대해 볼 수 있는 바흐의 음악신학을 《B단조 미사》의 다섯 악장을 통해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