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중독에 이르는 심리적 과정과 중독의 치료에 대하여 불교의 12연기법과 오온설의 시각으로 논의하면서, 기존의 치료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불교 이론에 바탕한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 연구는 불교의 12연기법의 7번째 고리인 '애(愛)'가 '애'와 '증(憎)'으로 나눠지는, 한 고리임에 착안하여 '애'의 고리를 염불삼매의 '초집중명상'을 통해서 '증'으로 '바꾸기'를 함으로써 중독의 대상에 대한 집착을 끊고 치유의 길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제에 기반을 두고 논의를 전개하려고 한다.
중독은 개인과 사회의 막대한 폐해를 초래한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혼자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안겨 주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각종 중독이 만연하고, 이와 결부된 사회적 문제 또한 심각한 상황이다. 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의학과 행동에 관한 연구, 중독에 대한 치료 접근법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중독을 일으키는 인간의 기본적인 기질은 파악하지 못하고 치료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치료약 개발을 위한 수백만 달러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중독치료 약물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하기도 하고, 약물에 중독되어 버리기도 한다.
한편 불교의 이론을 적용한 중독에 대한 이해와 치료방법을 살펴보면, 불교의 알아차림 명상 기반의 접근법은 많은 선행 연구를 통해 그 가능성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직도 정교하게 설계된 실험들이 부족하고, 행동변화의 지속력 증진 또한 다른 많은 연구들에서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또한 알아차림 명상의 효과는 수행의 깊이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으며 중독자들에게는 알아차림 명상 수행으로의 접근도 쉽지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중독에 이르는 근본적 욕망에 대한 메커니즘을 더욱 잘 파악할 수 있다면, 우리는 중독치유를 위한 보다 진전된 치료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본 연구는 중독의 핵심이 '갈망'임을 기반으로 문헌연구를 통한 12연기법과 오온에 대한 재해석을 근거로 하여 12연기라는 불교적 심리모형을 병증에 적용하려고 시도하였다. 또한 염불삼매의 '초집중 명상' 기법을 중독의 고리를 끊기 위한 치유의 방법으로 활용하려고 하였다.
연구결과를 요약하자면, 12연기법은 사람의 행동발달과 유지 및 변화를 설명하는 불교의 심리학적 모형이기도 하다. 즉 12연기법은 중독의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이면서, 12연기의 고리 중에서 하나의 고리를 끊었을 때, 중독의 진행과정이 중단되는 치료의 메커니즘이기도 한 것이다. '촉(觸)'에서 수(受 감각적 느낌)로, '수'에서 '애(愛 갈망)'로 전개되면, 집착(취取), 남용을 거쳐 중독으로 가게 되지만, '수'에서 '애'의 병렬 요소인 '증(憎 싫음)'을 선택한다면, 자동으로 중독물질에 대한 회피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 선택은 '오온(五蘊)'의 '식(識 분별)'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촉(觸)-수(受)-애(愛)-집착(취 取)의 모형이거나, 촉(觸)-수(受)-증(憎)-회피(취 取)의 형태로 진행된다.
수(受)에 인연하는 애(愛)를 상대 감정인 증(憎)으로 바꾸는 방법은 염불삼매의 기도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되, 다만 붓다의 명호를 '술(약)이 싫어'로 바꾸는 것이다. 이는 집중 또는 '초집중' 명상기법과 '말'의 효과, '이미지 시각화 기법(중독 폐해의 결과를 머릿속에 떠올리는 방법)'을 혼용함으로써 약물에 대한 쾌(快)의 감정을 불쾌(不快)의 감정으로 바꿀 수 있다. 또한 이 기법은 중독의 정도에 따라 초집중의 강도를 달리하여 적용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염불은 기본적으로 '말'의 효과와 이미지 시각화 효과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염불에 집중할 때, 자기암시를 거쳐, 터널효과가 나타난다. 모든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차단되고, 출구라는 한 점을 향해 가는 와중에 어느 지점에서 시야가 좁아지는 시야협착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즉 하나의 목표만이 눈에 들어오는 상태가 된다. 마찬가지로 '술(약)이 싫어'를 붓다의 명호와 치환시켜 암송, 또는 외치면서 집중, 또는 초집중하게 되면, 여타의 다른 생각들은 차단되고, 오직 '술(약)이 싫어'만 남는 시야협착 또는 순간적인 삼매 상태가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술(약)에 대한 호(好)의 감정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오(惡)의 감정이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이 수련법을 스스로에게 직접 적용한 결과, 훌륭한 금연, 금주 효과를 보였지만 이는 자신을 대상으로 하여 성공한 것일 뿐, 모든 사람들에게 객관적으로 효과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후속 질적 양적 연구를 통해서 이를 증명해 보고자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12연기법과 오온을 결합하여 인식의 발달과 분기(分岐)에 대한 진전된 심리모형을 제안하였고, 12연기법에 근거한 감정의 고리를 상대감정으로 바꿔치기함으로써 중독의 진행을 중단시킬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였으며, 염불삼매의 초집중 명상기법을 통해 갈망(또는 집착)의 감정 바꾸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재발의 위험 없이 중독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진일보한 방법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