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의 증언은 북한 연구에서 중요한 정보 원천일 뿐만 아니라 탈북자에게는 물질화할 수 있는 자본이기도 하다. 탈북자에게 증언은 곧 신분증을 대신하는 것이며 금전적 보상과 사회적 기회를 열어주기도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탈북자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증언을 할 만한 동기는 충분하다. 하지만 끊임없이 증언의 진위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되거나 난민 신청 과정에 허위 진술을 한 것이 드러나면서 탈북자들은 난민 지위를 취득할 기회와 캐나다에 정착할 기회마저 잃게 되기도 하였다.
본 연구는 미국 대북방송인 자유아시아방송의 냉전적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미디어 프레임을 통해 난민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캐나다 거주 탈북자들의 증언이 어떻게 재현되는지 분석하고자 하였다. 캐나다는 이민자와 난민에게 관대하다는 국가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유럽의 반난민감성과 미국의 반이민정책에 이어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러한 구조적 맥락은 탈북자들의 캐나다 시민 되기 전략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전에는 북한이라는 집단적 특성을 강조하고 '비참한 인권침해 피해자'로 자신을 재현하였다면, 이제는 개인적 차원의 불행을 확장시켜 '시민 되기'의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캐나다에서 난민 신청이 불가해지자 탈북자들은 인도주의적 정상참작 이민 제도로 우회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결과적으로 탈북자들이 북한과 탈북과정에서 겪은 비극을 넘어서 탈북 이후 경험하는 사적인 비극을 극대화하여 재현하도록 요구하여 비극의 서사가 재생산되도록 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자유아시아방송의 탈북자 인터뷰 기사를 시기별로 분석한 결과, 캐나다 난민 체제의 변화와 선택적으로 부각되는 증언, 그리고 작동하는 재현 프레임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미국의 국제방송이자 북한 주민을 주요 청취 대상으로 하는 자유아시아방송의 프레임을 분석한 결과, 자유아시아방송의 프레임은 탈북자를 재현함에 있어 미국으로 대표되는 냉전 시대의 자유민주주의적 이데올로기가 작동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미국과 캐나다는 역사적 배경에 기인해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에 차이가 나타난다. 자유아시아방송의 프레임은 미국적 민주주의 가치를 반영하는 한편, 증언을 하는 탈북자들은 다문화가치를 강조하는 등 캐나다의 가치를 옹호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탈북자들의 탈북-탈남-캐나다 입국과 정착 과정에 대한 재현에 있어 서사 분석을 시도하였다. 그 결과 비극, 희망, 바람직한 난민 등 세 가지 대표적인 서사로 구분할 수 있었다.
자유아시아방송의 특성상 프레임은 정형화되고, 탈북자 재현은 동질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 속에서 탈북자들은 능동적이거나 수동적인 행위자, 동질적인 비극과 개인화된 사적인 비극을 오가며 선택적으로 증언을 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러한 다층적 구조 속에서 비판적인 시각으로 매개된 증언과 미디어 프레임의 재현을 분석할 수 있어야 재현의 대상이 하고자 했으나 말해지지 않은 부분과 사회의 다층적 권력 구조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