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가 다루는 문제는 특허법 체계를 운용함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된다고 여겨지는 몇 가지 원칙들에서 출발한다.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 속지주의의 원칙 및 실시독립의 원칙 등이 그것이다.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에 따르면 특허청구범위를 구성하는 모든 구성요소는 유기적 일체로서 보호되는 것이므로, 구성요소의 일부 실시만으로는 원칙적인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 또한 조약에 따라 각국의 특허법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 않음은 물론,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특허권을 부여받은 국가 영역 내에서만 그 권리가 보호된다.
그러나 재화의 개념이 무한히 확장되고 시장 및 산업 환경의 급속한 변화가 진행되면서, 위와 같은 고전적인 원칙을 엄격히 고수한다면 특허권의 합리적인 보호가 불가능한 경우가 생겨났다. 예컨대, 여러 단계로 구성되어 절차성을 띄는 청구항의 경우 ① 복수의 주체가 공모하여 각 단계를 나누어 실시할 수 있고, ② 특정 주체가 본인은 각 단계의 일부만을 실시하거나, 심지어 스스로는 일절 실시하지 않은 채 다른 사업자나 일반 소비자를 이용하여 그 발명 실시로 인한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향수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우회침해를 다루는 미국의 판례가 정리되는 과정과 우리나라의 학설을 검토하여 보고, 유형 별 침해책임 인정 법리를 설시하였다.
위와 같은 우회 침해의 특수문제로서 국경을 초월한 분산실시, 제조방법발명에 있어 그 중간물질의 생산 문제, 인터넷을 통한 특허침해의 문제 등도 소개하였다. 국경을 초월한 분산실시 유형의 경우, 구성요소의 일부 실시에 외국을 경유하므로 전통적 속지주의를 엄격히 적용하면 침해가 불인정되는 수가 있어 문제된다. 제조방법발명에 있어 그 중간물질의 생산 문제는 외형상 간접침해법리와 관련되는 것으로 간주되기 쉽다. 그러나 중간물질의 경우 특허발명을 구성하는 일부 공정에 사용되는 것이지 특허발명의 생산에 사용되는 것이라 볼 수 없고, 그 특허발명의 실시 이외에 다른 용도가 있을 수 있음에도 전용성 여부에 대한 판단 없이 간접침해를 인정하는 것은 위법하므로, 다른 견지에서 침해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근래에는 인터넷을 통해 특허침해에 이용되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거나 특허침해품의 생산에 이용되는 디지털 자료를 전송·배포하는 행위가 문제되기도 한다. 소프트웨어나 디지털 자료의 경우 현행법상 물건이 아니어서 침해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인터넷서비스제공자에게도 특허침해의 방조죄 및 그에 따른 침해금지(예방)청구가 인정될 수 있도록 입법에 나아갈 필요가 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실시독립의 원칙과 관련하여서는 복수 침해자가 동일 특허침해품의 생산 및 유통과정에 관여되는 경우, 각 독립된 침해 행위 사이에 공동불법행위 성립 여부가 문제되기도 한다. 특허법은 권리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기 위하여 민법 제750조의 특칙으로서 손해액 추정 규정을 두고 있다. 이 연구는 복수의 침해자 사이에 공동불법행위성이 인정되는 경우 해당 규정 각 항에 의한 손해액 산정법을 예를 들어 보였다. 나아가 과잉배상 금지, 초과분 배상, 변제와 구상권 발생 등의 효과로 인하여 생산 및 유통과정에 가담한 복수 주체들에게 부진정 연대채무가 인정되어야 할 실익과 그 인정 요건을 설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