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와 개인은 그들의 안정과 평안을 위해 일정한 규칙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현존을 유지한다. 인간은 주체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동일성을 위협하는 것을 밀어내며 주체로 형성되며, 사회는 그 질서를 어지럽히는 요소라 생각되는 것들을 법과 금기를 통해 사회 밖으로 밀어내며 '안정'을 도모한다.
크리스테바는 타자로 쫓겨나 주체나 사회의 밖에 머물게 된 금지의 대상을 '아브젝트'로 명명하며 버려진 존재에 대한 사유를 펼쳐나가며, 주체가 상징 질서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혐오와 공포, 불쾌감을 '아브젝트 (Abject)'와 '아브젝시옹(Abjection)'의 개념으로 이야기한다. 시체나 신체의 배설물 등 우리가 더럽다고 여기고 공포와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것들을 아브젝트로, 이 아브젝트에 의해 유발되는 심리적 혐오감을 아브젝시옹이라 가리키며, 아브젝트와 아브젝시옹은 주체와 사회가 그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필수적인 것임을 강조한다. 아브젝트는 근본적으로 본질주의를 거부하는 형식으로 경계에 위치하여 구분 짓기가 불가능하며, '사이(in-between)' 또는 '혼성적인 것(the composite)'인 '과정(process)'으로 정체성, 체계, 규범 등을 흔드는 역할을 하며 고정된 이분법 경계를 유동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아브젝트 아트는 아브젝트의 이러한 힘에 관심을 갖고 이분법적 영역 바깥에 존재하는 아브젝트를 기괴한 형태로 불러와 주체와 타자 사이에 위치하게 한다. 그동안 주체의 재현에 집중되어있던 미술 작품은 포스트모더니즘의 등장과 함께 이분법적 사고를 비판하고, 동시에 주체 밖으로 쫓겨나 자리를 잃었던 타자를 사유하는 일에 시각을 돌리고 있다.
특히 1970년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나타나 1990년대 본격적으로 담론화 된 아브젝트 아트는 파편화된 신체나 동물의 시체, 피, 정액, 오줌, 침, 똥 등의 우리가 불결하다고 여기는 것을 작품의 소재로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기존의 규율화 된 이분법 사회에 도전한다. 남성의 욕망과 환상을 충족시키기 위해 아름답게만 묘사되었던 여성의 신체를 과장시키고 파편화시켜 기괴하게 표현하기도 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묘사하는 대신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나는 대지의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한다. 이는 기존의 미술이 주체를 중심으로 작품을 묘사했다면, 아브젝트 아트 작품은 주체와 주체 주변의 버려진 것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브젝트 아트의 이러한 시도는 크리스테바가 주장하는 아브젝트의 예술적 재현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아브젝트 아트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유입되던 1990년대에 등장했다. 이때의 한국은 사회·문화적으로 다양한 변화를 생성하던 시기로 사회의 관심은 기존의 이성중심의 사회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던 주체에서 벗어나 타자로 확장된다. 아브젝트 아트는 이러한 사회의 변화와 함께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를 거치며 더욱 다양한 형태와 주제를 통해 나타나며, 우리 사회에서 아브젝트로 밀려나 자신의 존재를 감춰야 했던 타자의 모습을 기괴한 방식으로 재현한다.
이에 본 연구는 한국에서의 아브젝트 아트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199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방식과 주제로 나타난 아브젝트 아트의 유형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이는 인간 주체에 대한 근본적 질문, 남성에 의해 타자로 밀려난 여성에 대한 사유, 인간 중심주의의 해체와 포스트 휴먼의 등장으로 분류되며, 이들 작품 안에서 타자가 어떤 방식으로 재현되고 있는지 크리스테바의 이론에 근거해 타자성의 개념으로 분석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버려지고 잊혀진 타자의 모습을 대면하게 하는 것으로, 우리는 아브젝트 아트에서 나타나는 타자의 기괴한 형태의 재현을 통해 주체와 타자의 고정적 이분법 관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