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구조의 개편과 도심산업시설 이전 등 도시의 급격한 변화와 현대화의 진행으로 인해 발생한 유휴공간은 도시의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유휴공간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도시공간적, 사회문화적, 환경적, 경제적 측면에서 새롭게 활용하고자하는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휴공간의 재생은 지역의 장소와 인간의 삶의 형식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왔으며, 유럽의 여러 사례에서 하나의 패러다임처럼 나타나고 있는 유휴공간의 예술적 재생이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예술을 통해 유휴공간이 재생되면 지역이 활성화되고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기대 하에 예술작품 설치에만 치중한 공간 조성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예술로 재생되는 유휴공간은 창작, 전시, 공연 등을 통해 예술가들의 교류의 장이 되며, 예술가들은 다른 집단과 교류를 통해 예술적 창작의 영감을 얻게 된다. 또한, 감상자는 자유로운 참여과정을 통해 창작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이들의 교류를 통한 조화와 공존은 수동적 입장의 관객을 능동적 참여 관객으로 변화시키는 예술을 가능하게 만들었으며, 우리는 이러한 변화와 함께 이들의 관계에 집중하여 유휴공간의 예술적 재생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본 연구는 현대예술의 패러다임의 변화가 예술의 '장'에 대한 재인식을 형성했고, 연구와 고찰을 통해 이는 동시대적으로 나타나는 유휴공간의 재생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추론하게 되었다. 따라서 현대예술의 '관계예술'을 바탕으로 관계 주체들의 상호작용에 주목하여 유휴공간의 예술적 재생에 담긴 의미를 밝히고자 한다. 이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문헌조사, 이론적 고찰을 위한 자료수집, 사진촬영을 진행하였다. 그 다음, 상호작용과 현대예술의 '관계예술'을 고찰하여 '예술가-예술작품-감상자'간의 상호작용이 공간 안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관계예술'의 실천적 형태를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마지막으로 '공간적 확장', '인식적 확장', '영역적 확장'이라는 유휴공간의 예술적 재생의 의미를 도출하여 도식화하였다. 이에 따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유휴공간의 예술적 재생은 '예술가-예술작품'의 상호작용을 통한 창작의 과정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예술가의 창작 과정에 몰입보다는 다른 예술가들과 교류를 통한 예술 영역을 확장시키는 실험적 공간이자 예술작품을 통해 예술가와 관객이 공존하는 관계를 형성하는 공간으로 그 개념이 확장되었다. 이와 같이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의 교류와 협업, 관객과의 상호소통을 통한 공존 관계형성은 관계예술의 '근접성'의 특징을 보이며 '교류와 공존'이라는 예술의 실천적 형태를 바탕으로 '공간적 확장'의 의미를 갖는다.
둘째, 유휴공간의 예술적 재생은 '예술작품-감상자'의 상호작용을 통한 감상의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장르전용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관조, 관망하는 감상에서 개방적인 공간의 특성에 따라 감상자의 능동적인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또한, 창작의 주체로서 기회를 부여받게 되며 이러한 감상자의 참여는 작품에 대한 또 다른 의미를 형성하여 완성도를 높이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감상자로 하여금 예술이 관조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체험하고 경험하는 것으로 예술에 대한 인식을 전이시킨다. 또한, 엄숙한 분위기 대신 감상자에게 자유로운 참여와 감상, 창작의 기회를 제공하는 개방적인 공간으로 인식을 전환시킨다. 이와 같이 감상자의 작품완성에 대한 개입, 다양한 방식의 능동적 참여는 관계예술의 '수행성'의 특징을 보이며 '참여와 전이'라는 예술의 실천적 형태를 바탕으로 '인식적 확장'의 의미를 갖는다.
셋째, 유휴공간의 예술적 재생은 '예술가-감상자'의 상호작용을 통한 상호소통의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존 예술전용장르 공간과 다르게 예술을 통해 예술가와 관객이 쉽고 자연스러운 관계를 맺도록 도와준다. 감상자는 예술가의 예술적 신호를 전달 받아 시각적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참여를 통해 창작의 주체가 되며 이러한 방식은 창작과 감상 영역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특징을 보인다. 또한, 예술가가 외부적 환경, 시간, 공간을 연결시켜 감상자가 그 흐름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연속성이 특징으로 나타나며 이를 바탕으로 서로 공생하게 된다. 이와 같이 정형화된 예술공간의 탈피, 창작 주체로서 영역의 모호, 예술가와 감상자의 공생 등은 관계예술의 '주체성'의 특징을 보이며, '연결과 만남'이라는 예술의 실천적 형태를 바탕으로 '영역적 확장'의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