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인권 향상을 위한 운동이 많이 일어나고 있으며, 지금껏 다양한 차별과 억압 하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사람들이 조금씩 그 목소리를 내는 움직임들도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여전히 '여성'과 '장애' 등에 대한 인식개선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그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많은 이들이 사회 및 심리적으로 소외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질병과 사고로 인하여 신체의 일부분이 절단된 절단 장애 여성의 경우에는, 자신의 변화된 신체와 관련하여 여러 복합적인 심리를 경험하게 된다. 예를 들어 절단 장애 여성은 PTSD와 절단 부위의 환상통, 피부질환 등의 통증을 경험하며, 자신의 변화된 신체에 쉽게 적응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자신의 신체가 혐오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다시 말해, 갑작스러운 사고 혹은 질병으로 이해 자신의 신체 일부가 절단된 것에 대한 상실감, 그리고 스스로도 믿기 힘든 이러한 변화들이 혼돈 그 자체로 다가오며, 이러한 과정에서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절단 장애 여성들은, 갑작스럽게 맞닥뜨리게 된 삶과 죽음의 문제, 그리고 갑작스러운 신체 변화로부터 발생하는 혼란스러운 상실 감정 등을 쏟아낼 필요가 있다.
더불어 만약 절단 장애 여성이 기독교인이라면,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하나님과의 관계에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자신 또한 갑작스럽게 맞닥뜨리게 된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병문안을 온 사역자나 성도들이 고난과 하나님에 대한 그들의 왜곡된 신앙관을 암묵적으로 강요하거나, 퇴원 후 교회에 돌아왔을 때, 물어보지도 않고 교회활동들로부터 절단 장애 여성을 배제시키기도 한다. 더불어 절단 장애 여성은, 사역자의 기복신앙과 성공에 대한 설교에서, 그리고 고난을 무조건적인 훈련의 과정으로 보거나, 개인의 고난을 그 자신의 죄와 믿음의 문제로 간주하는 설교에서 엄청난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힘겨운 치료 과정을 끝마치고, 힘겹지만 하루하루 자신의 변화에 적응하려 살아가는 절단 장애 여성들이 교회에 찾아왔을 때, 만약 그 교회가 가부장적이고 잘못된 신학관점을 가진 교회라면, 오히려 교회 내에서 억압과 차별 대우를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필자 자신을 포함하여, 절단 장애 여성의 실제적인 경험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이다. 그러나 다른 논문들의 경우, 특별히 장애인에 대한 신학에서는 더더욱, 경험이 아닌 이론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성서에서조차도,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부분은 많이 발견된다. 예를 들어 구약성서의 제사 의식에서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접촉조차도 할 수 없는, 그저 부정한 존재로 여겨졌다. 그들은 다른 사람과 접촉조차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암묵적으로 용인되었던 수많은 차별과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향한 움직임이 주를 이루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성서를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절단 장애에 있어서는 한센병에 걸린 사람의 치유 이야기를 비롯하여, 성경에는 많은 상실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다. 성경에서는 예수도 상실을 경험한 것으로 나온다. 이것은 상당히 상징적인데 왜냐하면, 상실이란 그 자체만 놓고 보면 부정적인 경험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우리가 하나님을 향해 갖고 있는 마음속 깊은 분노를 예배를 통해서 터뜨릴 때, 흑은 불평과 항의가 스며들어 있는 기도를 통해, 그때 우리는 비로소 하나님께 간절히 매달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몸부림은 실질적으로는 희망의 확신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는 하나님을 향한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예배, 탄식과 불평이 스며들어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하나님께 매달릴 수 있는 기도와 같은 예배가, 비단 신체적 고통과 이중 차별을 겪게 되는 절단 장애 여성뿐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인간의 어두운 면과 단절되려하기보다, 오히려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 안에서, 그리고 그것을 통하여 인간의 어두운 면에 완전히 들어가기를 선택하신 것처럼, 인간의 고통과 연대하시며 고통 받는 인간에게 구원의 은혜를 베푸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러한 신학적 주제들이 고대와 현대의 의례 양식에서 핵심적인 요소들이라고 보고, 분노에 대한 치유 의례가 지향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첫째, 절단 장애 여성의 상실감과 그들이 겪었던 신체적·심리적·사회적 고통의 경험을 다루고, 둘째, 절단 장애 여성이 '성'과 '장애'를 이유로 사회와 교회로부터 이중 차별을 받는 현실에서, 잘못된 신학적 관점을 수정하고 그들이 진정으로 회복하고 해방될 수 있는 여성주의 장애신학을 제시하는 것을 그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 필자는 상실과 애도가 충분히 다뤄지고 이뤄질 수 있는 예배, 각 개개인이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목회상담, 그리고 디아코니아 공동체, 교회 사회복지가 제공하는 목회적 돌봄에 대해 다룰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돌봄과 치유의 예배는 교회를 넘어 시민 사회와도 연결되어질 필요가 있다. 성별과 장애의 유무 등의 차이를 넘어서서, 모든 사람들의 각자 자신의 모습으로 상호작용하며, 희망을 증언하고 실천하는 공동체와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