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광장이라는 도시 내에서의 물리적 공간이 현대 시민사회 속에서 정치적으로 지닌 의미와 영향을 해명하는데 주된 목적이 있다. 특히 광장이라는 도시의 공간이 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의 실행과 발전에 있어 기본 토대가 되는 시민적 능력과 맺는 연관성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서 광장과 관련되는 시민적 능력은 로버트 달(Robert A. Dahl)이 주장한 민주주의를 위한 다섯 가지의 기준. 즉, 효과적인 참여, 투표의 평등, 계몽적 이해의 확보, 의제설정에 대한 최종적인 통제의 행사, 성인들의 수용에 부합될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발전시키거나 확대시키는 것을 말한다. 물론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시민적 능력을 위의 기준에 따라 규정할 경우 그것을 교육시키고 발전시키는 공간들은 비단 광장에만 한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 공간은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이 될 수도 있고 직장과 학교 심지어는 마을의 작은 회관이나 병원, 교회, 상점 등과 같은 곳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 내의 광장을 시민적 능력과 관계되는 가장 상징적인 '공간' 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광장이 도시 내의 다른 공간들과는 달리 평등한 시민들이 공적 사안에 관하여 공유된 이해와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현하고 주장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으로 대변되기 때문이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광장은 시민적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들을 제공하는 동시에 시민들이 그러한 능력을 표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광장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평평하고 텅 빈 넓은 공간으로서의 사전적 개념을 넘어선다. 오히려 그것은 민주주의를 실행하고 보존하며 발전시키고 교육시키고자 하는 시민의 힘과 의지를 뒷받침하는 매우 정치적인 공간이다. 따라서 지난 수십 년간 우리나라의 광장에서는 국가, 자본, 시민이라는 각기 다른 주체 권력들이 각자의 목소리는 내며 각 권력의 영향력이 증대되거나 감소하였다. 과거에는 국가와 자본의 권력이 광장에서 그 영향력을 발휘하였다면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의 광장에서는 시민권력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광장에서 분출된 그 시민권력은 대통령을 탄핵할 만큼의 강한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증명되었다. 이렇게 광장에 모인 일반 시민들이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자신들의 열의와 열망을 표현하고 그들이 가진 능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우리는 '2016 촛불집회' 를 경험하며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광장은 시민의 정치적 능력을 배양하는 공간으로 규정될 수 있다. 따라서, 시민들이 자유로이 이용하는 광장은 일상적으로 평등한 개인과 정치적으로 '우리' 라고 하는 개념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매우 의미 있는 공간인 동시에 민주주의 실현 및 발전의 토대이자 가능성으로서 존재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도적으로는 광장에서 시민들의 자유로운 활동이 언제든지 국가권력(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제한되고 통제될 수도 있는 위험요소가 존재한다. 광화문 광장은 조례를 통해 법률적·행정적으로 시민들의 통제되고 출입이 금지되며 공권력의 투입이 가능한 공간이다. 따라서 국가권력의 의지와 부합되지 않는 시민의 뜻과 목소리라면 얼마든지 좌절당할 수도 있는 공간으로 변모될 수 있다. 이것은 광장이 지닌 정치적 공간의 공공성이 시민의 자유와 민주적 의사에 반하여 국가권력에 의해 침해받고 훼손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정치적 공간으로서의 광장의 공공성이 침해받고 훼손된다는 사실은 단순히 어떤 물리적 공간이 우리에게 금지되고 통제되었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권위주의적 독재체제 아래 시민들의 의견과 주장이 온전하게 형성되지 못하고 그들 스스로의 통치와 지배 행위인 '민주주의' 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시민들의 삶의 여유와 해방감을 통해 공적 사안에 대한 사유의 시간을 갖는 기회도 박탈당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