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사회의 청소년 정신건강문제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서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정부는 2012년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에 이어 2015년 '인성교육진흥법' 시행을 통해 학교인성교육 강화라는 해결방안을 내놓았으나 정부 주도 인성교육에 대한 논란은 계속 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인성교육을 바라보는 각계의 시각 차이로 인해 인성교육의 개념정의와 교육내용에 있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인성교육의 개념은 인성교육이 지향하는 핵심 덕목을 통해 파악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인성교육의 실효성이다. 핵심 덕목을 실제로 체화할 수 있는 역량기반 중심의 인성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며 그 중에서도 개인의 내·외적 성장기제로 작용하는 '자기조절'을 중점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역량기반 인성교육과 핵심역량인 '자기조절'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그 대안으로 원리적 측면과 실천적 측면이 결합된 불교의 팔정도를 제시했다. 또한 팔정도와 '자기조절'의 상관성을 주장하기 위하여 문헌연구 방법으로 팔정도의 자기조절원리를 분석하고 발표된 선행연구 결과에서 객관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했다.
자기조절(self-regulation)은 '개인의 인지, 정서, 행동 등을·자신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통제 또는 조절함으로써 합목적성 삶의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불교의 팔정도는 해탈열반을 목표로 하는 수행과정이기에 세속적인 목표를 지향하는 심리학적 '자기조절' 개념과 차이가 있으나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노력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불교 인간관을 바탕으로 하는 팔정도는 윤회적 삶을 벗어나기 위한 중도의 실천론으로 해탈열반을 궁극적 목적으로 하지만 그 시작은 현재의 윤회하는 삶 안에 있다. 특히 여덟 가지 구성요소가 상의상관적으로 작용하여 삶의 괴로움(苦)을 극복하는 것은 물론 '지금, 여기'에서의 행복을 구현한다. 따라서 불교의 팔정도는 보편적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자기조절'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조절 척도의 네 가지 하위구성요인 인지, 정서, 동기, 행동조절을 중심으로 팔정도를 분류한 결과 '바른 견해', '바른 사유', '바른 삼매'는 인지와 정서조절에 관여하고, '바른 말', '바른 행위', '바른 생계'는 충동을 포함한 행동조절을 담당한다. '바른 마음챙김'은 인지·정서조절과 동기, 행동조절 모두를 촉진하는 중심적 역할로 볼 수 있으며 '바른 노력'은 동기조절로 분류된다. 팔정도의 여덟 가지 구성요소에는 자기조절 척도 하위구성요인이 복합적으로 내재되어 있다. 또한 불교수행을 실천하는 데 있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다섯 가지 기능[五根]과 다섯 가지 힘[五方]은 팔정도의 각 요소가 나선형 구조로 순환 발전하는 바탕 원리로 작용한다. 이로써 팔정도는 세간적 자기조절과 출세간적 자기조절 과정 모두를 통섭하게 되는 것이다.
불교명상과 자기조절의 관련성을 연구한 선행연구들(문경림, 1997; 박지연, 2009; 윤선아, 2009; 장초희, 2010; 정문희, 2016; 정기출, 2014)에서 불교명상 프로그램이 자기조절의 하위요인을 증진한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이는 팔정도의 자기조절 원리를 뒷받침해준다. 그러나 불교명상은 팔 정도의 정(定)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그 중에서도 많이 응용되는 '바른 마음챙김'이나 '바른 집중'은 팔정도의 전체 구조 안에서 의미를 갖는다. 특히 도덕적 규범에 해당하는 '계(戒)'의 실천은 불교명상을 진행하는데 있어 선결되어야 하는 과제이다. 그러므로 역량기반 인성교육 내용으로서 불교명상은 팔정도의 전체 체계를 중심으로 접근되어야 하며 그 배경인 불교 세계관에 대한 종교적 이해를 바탕으로 통합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상의 연구는 종교계 안팎에서 진행되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비판적으로 고찰하여 불교 인성교육프로그램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출발하였다. 또한 인성교육의 문제점을 실효성의 관점으로 파악, 종교교육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제시하며 기존 선행연구의 효과 검증에서 나아가 효과증진에 초점을 두었다는 데에 연구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