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필리핀 결혼이주여성이 동화를 강요하는 한국사회를 어떻게 인식하고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며 자신의 삶을 구성해 가는지 그 과정과결과를 이해하고 탐색하는데 있다. 이를 위해 한국적 상황과 맥락에서 필리핀 결혼이주여성의 공동체 활동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을 파악하고 이들이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며 사회구성원으로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지 살펴보았다. 연구 질문은 “필리핀 출신 결혼이주여성의 종교공동체활동 경험은 어떠한가”이다.
연구참여자는 이주 센터에서 활동하는 실천가의 추천과 공동체 활동가의 소개로 국내 체류기간이 10년 이상이고, 공동체 활동을 3년 이상 하고 있는 필리핀 출신 결혼이주여성 15명을 선정하였다. 자료는 심층면담과 관찰을 중심으로 수집되었고, 자료수집 기간은 2017년 2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진행하였다. 수집된 원자료(raw data)는 Strauss 와 Corbi(1998)의 근거이론 연구방법에 따라 개방코딩, 축코딩, 선택코딩, 유형분석, 상황모형 순으로 제시하였다.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개방코딩에서는 266개의 개념, 61개의 하위 범주,17개의 범주들이 도출되었다. 축코딩에서는 개방코딩에서 발견된 17개의 범주를 패러다임 모형에 따라 재배열하였고, 그 결과, 중심 현상으로는 『타향에서고향 재구성』과 『지구촌 시대의 가족』이 나타났다. 인과적 조건은 『한국사회 진입 채널』, 『소수자의 한계』, 『가족보호체계』로 나타났다. 맥락적조건은 『소외된 곳에 비추는 빛』과 『나눔으로 다져진 결속』, 그리고 『가족의 무게』로 나타났다. 중재적 조건으로는 『안정의 토대』와 『공동체의내적 갈등』그리고 『인식의 전향적 개선』으로 나타났다. 작용/상호작용 전략은 『공공의 이익추구』와 『심리적 연대』그리고 『우월한 지위 선용』으로 나타났다. 작용/상호작용의 최종결과는 『독자적 영역구축』, 『일상 속에서의 성장』, 『자기 주체화』로 도출되었다.
과정분석에서는 중심 현상이 발현된 이후 연구참여자들의 공동체 활동 경험이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이동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하는가를 분석하였다.
첫째, 고립감 탈출단계에서 연구참여자들은 억압적인 한국문화와 소통의 어려움으로 일상생활에서 답답함과 우울 등 부정적인 정서를 느꼈다. 이들은 한국사회에서 적응하는 과정에서 가족구성원들과 문화차이로 부부갈등을 겪었고, 가족관계로 제한되기 쉬운 대인관계에서 억압된 감정을 해소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결핍된 친밀감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연구참여자들의 갈망은 고향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동체로 향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은 모국사람들을 만나 말문이 터지면서 답답한 마음을 해소할 수 있었고, 고립감에서 탈출하게 되었다. 공동체는 연구참여자들에게 심리정서적인 안정의 토대가 되어 주었다.
둘째, 전진과 장벽 단계에서 연구참여자들은 안정의 토대를 구축한 후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발 앞으로 전진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소수자로서의 불안정한 지위는 전진하는데 걸림돌이 되었다. 연구참여자들은 국적을 가지고 있어도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정보의 비대칭으로 불이익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고, 한국인들이 구성한 공간에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한국인의 배려와 도움을 필요로 하였다. 또한 상처를 받을까봐 두려워 문제를 숨기거나 회피하는 성향은 공동체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개인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이기도 하였다.
셋째, 연대감 형성 단계에서 연구참여자들은 한국사회에 내재된 차별의 벽앞에서 소수자로서의 자신들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었지만 연대와 결속으로 이러한 장벽에 대처하려고 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은 공동체 미사나 문화행사를 중심으로 서로의 결속력과 일체감을 조성하였고, 주류사회에서 느낄 수 없는 소속감을 느끼며 심리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공동체 차원에서 해결하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고, 이러한 성취감은 연대와 결속의 결과이기도 하였다.
넷째, 외연 확장의 단계에서 연구참여자들은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이주민들이 도움을 청할 때 외면하지 않았고, 새로 입국한 이주민들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페이스북과 카톡방을 공개하여 공동체 활동을 나누었다. 이들은 지역주민들과 함께 행사를 준비하고 서로의 문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한국인에 대한 자신들이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체험을 하였고, 공동체에서 맡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사회관계가 전보다 확장되는 경험을 하였다. 이들은 자유로운 활동을 위한 공간의 중요성을 인식하였고, 공동체를 자발적으로 운영하고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일상생활 속에서 서서히 진행되고 있었다.
선택코딩에서는 모든 범주와 연구참여자들의 경험 세계를 포괄할 수 있는 중심 주제로 『외연확장과 권한주체로 가는 길』을 선택하였고, 이를 중심으로 이야기 윤곽을 서술하였다. 그리고 필리핀 결혼여성들의 공동체 활동 경험의 유형을 도출하기 위해 먼저, 핵심범주와 중재적 조건을 고려하여 가설적 정형화 작업을 수행한 후 가설적 진술문을 만들었고, 이를 다시 원자료와 연구자의 이론적 민감성에 근거하여 ‘종교활동 중심형’, ‘가족자원 활용형’, ‘외부자원 연계형’으로 명명한 후 세 가지 유형의 특성을 기술하였다. 선택코딩 마지막 단계에서는 연구 중인 현상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상황모형을제시하였고, 중심현상과 각 수준과의 상호작용을 개인 수준, 가족 수준, 공동체 및 지역사회수준, 국가 및 사회 수준 그리고 전 지구적 수준으로 분류하여 각 수준의 특징을 기술하였다.
본 연구결과를 토대로 첫째, 모국가족의 기능을 대신하는 공동체 활동에 대한 논의, 둘째, 모국문화를 재생산하는 공동체 활동에 대한 논의, 셋째, 결혼이주여성의 종교성에 대한 논의, 넷째, 공동체 활동과 외연 확장에 대한 논의, 다섯째, 공동체 활동과 지역사회 참여에 대한 논의, 여섯째, 결혼이주여성의 사회자본 활성화와 지역사회통합에 대한 논의들을 제시하였다.
본 연구결과들과 논의들을 바탕으로 사회복지적 차원에서 결혼이주여성 임파워먼트를 위해서는 첫째, 결혼이주여성들의 지역사회 참여를 증진시키기 위한 네트워크 확장, 둘째, 공동체 리더 또는 핵심 구성원들을 다문화가족복지 실천을 위한 준 사례관리자로 육성 방안 마련, 셋째, 다문화가족구성원(남편,시부모, 자녀 등)들의 다문화 교육 확대를 위한 동기부여 방안 마련, 넷째, 사회자본 활성화를 위한 지역사회 공동체 대표자 모임 지원, 다섯째, 결혼이주여성들의 자기주도적인 사회참여와 모국문화 유지 및 공유를 촉진하고 격려할 수 있는 지원책 마련, 마지막으로, 결혼이주여성 관련 기관들의 프로그램이나 운영방식 등이 강점관점과 실천에 기반을 둘 수 있도록 기존 정책의 전환 필요성을 제언하였고, 공동체 리더 양성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서는 첫째, 공동체 리더 양성 프로그램 개발, 둘째, 사회통합을 위한 내국인과 이주민 간 교류프로그램 개발, 셋째,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한국문화이해 프로그램 개발, 마지막으로, 결혼이주여성의 임파워먼트를 위한 소그룹 맞춤식 교육 프로그램 개발의 필요성을 제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