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이라는 역동적인 정치과정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연인원 1,700만 명이 동원된 촛불집회였다. 그러나 촛불혁명은 거저 얻은 것이 아니었다. 매주 수십만 명이 모이는 집회를 기획한 NGO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에 버금가는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지방분권이다.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할 때 더 나은 민주주의로 조금 더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방분권 실현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시민사회의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다. 이는 동시에 우리 사회가 지방분권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다. 지역NGO의 역할이 여기에 있다. 지방분권으로 생겨나는 정치적, 사회적 공간에서 지역NGO는 시민사회의 산파이자 허브가 되어야 한다. 필자가 연구한 자연 보전과 관광자원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순천만 보전 정책 사례는 지방분권 시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NGO의 역할에 관해 여러 가지 시사점을 준다.
본 연구는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 갯벌이 보전되는 과정에서 개발과 보전을 놓고 다양한 행위자들이 각축해온 과정을 분석해 정책변동을 추동하는 원인과 변화과정을 탐색하는데 목적이 있다. 특히 1996년 시작된 하도정비사업에서부터 2015년 정부의 순천만국가정원 지정까지 20년 동안 진행된 2가지 논쟁 순천만 개발과 보전 논란, 정원박람회와 개발저지선 논란을 대상으로 각 행위자들의 갈등관계를 고찰하였다. 이를 위해 Sabatier의 옹호연합모형을 적용하여 순천만 보전 정책과정에 영향을 준 외부변수, 순천시와 지역NGO를 둘러싼 행위자 간의 찬성과 반대 정책옹호연합의 형성과 신념체계, 지역NGO가 동원한 전략, 정책중개자와 정책학습을 통한 정책산출 과정을 살펴봤다.
그 결과 순천만 개발과 보전 논쟁에서는 순천시, 전라남도, 대진실업, 인접주민이 개발 정책옹호연합을 형성했다. NGO, 국제 환경 네트워크, 중앙부처, 생태연구가는 보전 정책옹호연합을 형성했다. 순천시의회, 감사원, 순천만협의체는 정책중개자 역할을 수행했으며, 언론은 보전 연합에 가까웠다.
정원박람회와 개발저지선 논쟁에서는 지자체, 중앙부처, 연구기관, 민간기업, 국제단체, 김선동·이정현 국회의원이 찬성 정책옹호연합을 형성했다. 반면 지역NGO, 서갑원 국회의원, 순천시의회는 반대 정책옹호연합을 형성했다. 법원, 감사원, 언론은 정책중개자 역할을 수행했다.
순천만 보전 정책사례 연구를 통해 몇 가지 정책적 함의를 찾을 수 있다.
지역NGO가 정책결정 과정에 개입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와 대립관계가 형성되고 장기화되면 복잡한 옹호연합이 형성된다. 다른 NGO의 참여를 유도하고 일반시민들의 지지 여론을 형성하려는 노력은 옹호연합의 세력화와 공고화에 기여한다. 지역NGO는 제도적·비제도적 참여 등 일정한 전략적 활동을 통해 정책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지역NGO는 시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정책에도 개입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정책변화는 치열한 경합의 산물이다. 협력적 거버넌스에서 지역NGO는 전문성이 요구된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NGO와 대립관계에 있을 때보다 협력적인 관계에 있을 때 성공적인 행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현안을 놓고 옹호연합 간의 갈등하고 경합하는 과정이 오히려 정책 안정화에 기여했다. 지방자치단체는 갈등 해결을 위해 정책중개자들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NGO 모두 지역 현안이 정치화, 이념화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