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남성과 정규직 중심의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에서 삭제되어 있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여성독자노동조합 경험을 재해석한다. 사례는 연구자가 2001년 창립 때부터 2016년까지 활동가로 일했던 전국여성노동조합 대구경북지부의 조합원 13명의 심층인터뷰를 통해 여성주의 입장에서 재해석하고 정리한 것이다.
이 연구과정에서 연구자와 연구참여자가 동등한 상호소통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연대를 통해 집단적인 주체 형성을 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이론적 자원으로 가야트리 스피박(2013년)의 '서발턴' 개념을 적용하여 분석하였고, 교차성 이론과 여성주의 역사쓰기의 연구들도 활용하였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침묵을 강요당한 '서발턴'이었다. 여성이고 비정규직노동자로서 이중 삼중의 착취와 억압을 당하는 약자인 그녀들은 침묵을 강요당한 '서발턴'이었지만, 침묵하기만 하며 살아왔던 것은 아니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가만히 있지 않고, 전국여성노동조합을 통해 말하고 행동했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많은 경우 회사로 부터 그리고 남성노동자, 정규직노동자들로부터 억압받고 차별당하며 자신의 경험과 목소리가 삭제되는 경험을 했다. 이 논문에서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중첩된 억압의 상황에서 경험한 성차별, 비정규직 차별은 어떠했고, 이들은 어떻게 대응했는가라는 질문을 탐구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전국여성노동조합을 통해 어떻게 집단적으로 발화 했고, 말하는 주체가 되었는가가 주된 연구이다. 이 연구는 이 여성들이 어떻게 때로는 침묵하면서, 때로는 주체적이고 역동적으로 살아왔는지를 드러내고, 여성독자노동조합 경험을 통해 어떻게 변화 했는지를 다음과 같이 세 부분으로 정리한다. 첫째, 여성독자노동조합 가입 전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삶, 둘째, 여성독자노동조합 가입과 활동, 셋째, 여성독자노동조합을 통한 변화와 어려움이다.
연구 결과,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여성독자노동조합 가입 전에 주변화 된 노동경험, 경력단절, 성차별의 여성노동자로서의 공통의 경험을 가지며, '말할 수 없는 서발턴' 이면서 동시에 죽을 힘을 다해 '말해도 들리지 않는 서발턴' 이었다. 여성독자노동조합을 가입하면서 사용자의 반대에 더해 "여자가 무슨 노조를 하냐"는 남편들의 반대를 넘어야 하는 이중의 억압을 경험한다.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노동현장의 차별과 어려움을 이야기 하고 말하고, 투쟁하고 일상화된 남녀차별 임금을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 만들어 내고, 성희롱에 대응한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여성독자노동조합을 통해 '말할 수 없는 서발턴'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서발턴'으로 변화하고, '우리가 해서 이겼다'는 자존감을 갖게 된다.
여성독자노조의 경험은 엄마, 부인으로만 불려온 종속된 존재로서가 아닌 주체적 존재로인 '말하는 사람'으로 변화시켰고, 스스로를 '엄마이기 전에 노동자'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인 자신의 주변부 위치를 인식하고, 주변에서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행동하게 했다. 그러나 여성독자노동조합을 하는 것은 여전히 많은 어려움 속에 있는데, 가부장제와 성역할 요구라는 이중 부담의 구조 속에서 여성노조 활동의 제약과 복수노조를 둘러싼 경쟁과 갈등 등을 경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