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강제와 자발의 이분법적 프레임 안에 포섭되지 않는 성매매 여성의 몸의 경험을 다이어트라는 구체적인 실천 사례를 경유하여 살펴봄으로써 성매매 여성을 둘러싼 대중적 인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몸의 '전시'의 관행 하에 성매매 산업에서 여성의 몸매는 얼굴을 비롯한 다른 외양적 특징에 우선하는 위치에 놓여지며 몸매는 '상품'으로서의 몸이 갖추어야할 필요조건에 가까운 것으로 인식된다. 이때 성매매 여성의 몸의 상품화 경험은 성적 대상이자 '도구'로서의 분절적인 경험에 가깝다. 이상적인 이미지로서 숭배되는 연예인, 모델 등과 달리 물리적인 접촉면이 발생하는 성매매 여성의 몸은 문자 그대로 성적 대상이다. 성매매 산업에서 몸과 서비스는 모두 영업적 요소로 인식되지만 그 둘이 산업 내에서 차지하는 지위는 사뭇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상품'의 위치에서 타자화된 채 항상적인 가시성 하에 놓여 있는 몸의 경험은 '상품'으로서의 자기인식을 내면화하게 하며 다이어트는 '상품성' 강화의 경험으로 의미화된다. 반면 유통 가능한 '상품'으로서의 몸과 '노동' 가능한 몸을 한 사람의 몸에 공존시키는 행위로써의 다이어트는 '상품'으로서의 자기 인식을 다시 성찰하고 적극적으로 탈성매매를 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한다. 성매매를 경험한 여성에게 있어 단절될 수 없는 체현된 성매매의 경험을 가진 몸은 성매매의 경험과 '단절'될 수 없는 소외의 경험인 동시에 성매매 산업 외부에도 존재하는 외모에 대한 압박과 성적 대상화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자 이 거부로부터 해방감을 느끼게 하는 저항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렇듯 성매매 여성들의 경험은 강제와 자발의 이분법적 프레임 안에 포섭되지 않는 복잡다단한 결을 지니고 있으며 그 경험이 위치한 상황적, 시기적 맥락에 따라 유동적으로 의미화되는 모습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