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의 목적은 조선후기 경상도지역에 조성된 장엄불단의 미술사적 의의를 밝히는 것이다. 먼저 용어에 관한 것으로 불교미술사학계를 비롯하여 일반적으로 ‘수미단’과 ‘불단’이 혼용되어 쓰이고 있다. 그러나 조선왕조실록이나 조선시대 가사시집 등에 수미단이라는 용어는 없고 불단이라는 용어만 쓰였다. 수미단보다는 불단이 적합한 것으로 판단된다.
본 박사논문을 완성하기 위해 전국에 산재한 70곳의 사찰에 조성된 88기의 불단을 조사했다. 불단에 나타난 도상을 빈도수별로 나열해보면 모란과 연꽃을 비롯하여 용과 게·잉어·거북·개구리·학 등이 많았다. 다음으로는 기린․사자․봉황․국화가 있었고, 드물지만 상상의 동물인 나찰과 극락조, 인어 류의 화상어·제어·저인국 등이 새겨지기도 했다.
경상도지역은 팔공산을 중심으로 남부지역은 장엄불단을, 북부지역은 민무늬의 일반불단을 선호한 것을 밝혔다. 남부지역 내에서도 팔공산 권역에 속한 사찰의 불단에는 상상의 동물과 서수들이 많은데 특히 백흥암과 환성사에는 산해경의 도상을 불단 도상으로 채택한 것이 이채롭다. 경상도 남부지역 중에서도 남쪽지역에 속하는 관룡사와 범어사·운흥사에는 천인을 새긴 점이 특징이다. 경상도 외 지역으로는 전라도와 경기도의 사찰에 귀면을 많이 새긴 것으로 조사되었다.
장엄불단은 불화를 그렸던 화승과 불상을 제작하였던 조각승이 참여하여 제작한 것을 밝혔다. 본 연구자는 불상의 얼굴과 불단의 인면에 보이는 유사성을 이유로 들어 조각승의 참여가 있었다는 것을 추측하였고, 산신도풍의 그림과 산수문전류의 그림으로 화승의 참여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최근 사찰에서 해체되어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불단조각판의 뒷면에서 화원이 참여하였다는 명문이 발견되어 화사집단의 참여가 사실로 입증되었다.
불단은 불교적인 주제의 도상으로 채워졌을 것으로 판단되기 쉽다. 그러나 조선후기 경상도지역의 불단은 장수를 바라고 출세를 바라는 길상적인 도상들이 대거 출현하는 현상을 보였다. 불단은 사찰 불전 내부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으면서 일반대중을 위하여 세속적인 욕망을 표출한 공간이었던 것이다.
본 논문의 성과는 경상도지역 불단이 타 지역에 비해 길상적 도상으로 채워졌으며, 화려한 장엄불단은 팔공산 권역에서 시작하여 전국으로 확대되어간 점을 밝힌 것이다. 본 논문에서 제시한 도상 자료들이 불단연구 뿐만 아니라 미술사연구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