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참여자 '나'의 우울증상이 원효의 『대승기신론 소·별기』 공부모임을 참여하면서 치유되는 과정을 살펴보는 자서전적 내러티브 탐구이다.
우울증은 보통 급성질환으로 몇 개월의 일정기간이 지나면 완전히 회복가능하다는 전통적 관점과는 달리 실제 임상에서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만성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직업, 가족과 대인관계, 신체건강 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우울증이 단순한 정서적인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인생 전반에 영향을 주며, 결국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사회적 영역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울증은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이질적인 질환으로, 우울증상을 평가할 때 관찰되는 우울증상뿐만 아니라 증상의 중증도, 기간, 과거 치료력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며 한 가지 질환으로 분류하는 데 무리가 있을 정도로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우울증이라고 인식하는 일련의 상태에 대한 개념과 진단은 아직 과도기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우울증 정신치료는 약물치료에 비해 효과를 검증하는 임상연구를 수행하기 쉽지 않아 추가적인 많은 연구가 요구된다. 이러한 절대적으로 근거가 부족한 정신치료 연구의 흐름 속에서 내담자의 근거 자료로서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우울증상의 양상이 원효의 『대승기신론 소·별기』 공부모임을 중심으로 치유되는 구체적인 과정을 자서전적 내러티브로 살펴보고 치유과정경험에서 드러나는 내재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또한 이 연구는 마음의 병이라는 우울증을 삶의 에너지의 원천인 마음이 무엇인지의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내러티브 탐구는 경험을 이야기적 현상으로 탐구하여 그 과정에서 이야기의 구조와 변화를 드러내 삶에 내재된 의미를 찾는 방법이다. 사람 중심의 존재론적이고 인식론적인 입장으로, 짜 맞추어진 틀에서 벗어나 보다 창조적인 상호교류가 일어나는 현장이며 '존재의 가능성(becoming)'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만들어가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실제적 우울증상에 대한 이해와 그 치유과정경험을 통해 삶의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는 데 의의를 둔다. 다음은 연구내용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다.
첫째, 원효의 『대승기신론 소·별기』 공부모임을 통한 나의 우울증상 치유과정은 어머니의 사별이 계기가 되어 심각한 신체적·심리적 우울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2003년부터 현재까지의 과정이다. 원효의 『대승기신론 소·별기』 공부모임은 2006년 1월부터 2011년 5월까지 2회에 걸쳐 이루어졌으나, 기신론 내용에 대한 이해가 실천을 통해 체득되어지면서 정서적인 변화가 생기고 그 변화가 더 깊은 이해로 이어지며 다시 실천과 체득 그리고 정서의 변화로 지속되는 만큼, 치유효과가 현재까지 계속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 연구에서는 치료가 아닌 치유에 중심을 두고 있으므로 자발적이고 자생적인 의미의 나아짐이 보다 강조되는 심리적 균형감 혹은 안정감이나 정체감을 주는 변화의 과정에 초점을 두었다.
둘째, 자서전적 내러티브 탐구를 통한 우울증상 치유과정경험은 이야기를 살아가고(living), 이야기하고(telling), 다시 이야기하고(retelling), 다시 살아내는(reliving)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삶을 구성하는 연구현상이 된다. 기억의 처음부터 이야기하는 탐구과정이 힘겨운 과거 우울증경험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하는 연구현상이 되었으며, 인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참여자 '나'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 되었다. 맥락에서 이해되는 참여자의 삶의 이야기가 기신론의 내용과 상호작용하면서 참여자 '나'의 성향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하였고 그 모든 이야기와 삶이 인과의 작용으로서 버릴 것 하나 없는 그대로의 참여자 '나'의 현상이 되었다.
우울증상 치유경험에 대한 본 연구는 원효의 『대승기신론 소·별기』 공부모임을 통한 기신론 내용의 이해로부터 실천, 정서의 변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치유의 과정에는 공부모임 구성원들과의 상호작용과 같은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숨겨진 현상과 작용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우울증상이라는 공허함과 무기력에서의 회복은 나만을 생각하는 것에서 연결된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자기에 대한 이해의 결과라고 보았다. 자기에 대한 이해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며 자기 이해에 대한 전환은 치유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