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불교유적의 보고인 남산은 7세기 초를 시작으로 신라를 지나 고려가 도래하기 전까지 많은 수의 사찰과 불교미술이 조성되었다. 그동안 남산의 불교유적은 개별 유적에 대한 연구와 접근이 오랫동안 이루어져 왔지만 남산이라는 큰 틀에서 전체 유적을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는 미흡하였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경주 남산이라는 특정한 산을 중심으로 많은 수의 불교유적이 집중되고 누적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거시적인 안목으로 접근해 보고자 하였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접근 방법을 통해 남산을 보다 폭넓게 이해하고 경주, 더 나아가 신라의 불교문화에서 남산이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하였다. 본 논문을 통해 밝혀진 남산 불교유적의 의의와 특징은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남산의 유적들은 북쪽 기슭에서부터 7세기 전반~중반 경에 주로 조성되기 시작하였으며, 서남산에는 좀 더 연대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으나 그 외에는 모두 8~9세기에 조성되었다. 따라서 남산은 왕경과 가까운 북쪽에서 시작하여 점차 남쪽으로 유적이 조성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서남산에는 신라 건국에 관련된 유적들이 남아있어서 신라사 전개와 깊이 연관된다고 생각된다. 결국 7세기 전반 경에 처음 불적이 조성되기 시작하여 통일 이후 세련되고 사실적인 불적들이 크게 융성하다가 9세기에는 새로운 시대양식을 창안하여 10세기 이후에는 유지, 보수되면서 고려를 지나 조선후기까지 면면히 이어오고 있다.
남산 불교유적의 특징은 삼국시대부터 고려, 조선시대까지 다른 지역에 비해 오랜 기간 동안 조상활동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다양한 시대동안 축적된 불교유적의 형식과 도상이 다채롭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칠불암, 탑곡 사방불의 경우 통일신라시대 사방불 신앙이 반영된 조영물이며, 용장사지 삼륜대좌불상과 같은 경우 신라 다른 지역에서 나타나지 않은 독특한 불상대좌를 이루고 있다. 마애불 역시 탑곡 사방불에서는 신라의 가장 명확한 마애탑이 2기 조성되었고, 삼릉계 선각 육존불의 경우 회화적인 표현 방법과 함께 한국 불교미술에서 독창적인 도상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9세기 석탑에서 등장하고 있는 다양한 기단형식의 출현 역시 경주남산 불교미술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