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노숙인'이라 불리며 IMF 경제위기의 일시적 현상으로 주목받았던 홈리스는 이제 체제 내화된, 우리사회의 일상적인 존재가 되었다. 홈리스의 출현 이후 그에 대응하는 복지 정책 역시 지속되고 있으나, 홈리스 상태의 개선은 확인할 수 없다. 오히려 여러 지표들은 홈리스 상태의 악화를 나타내고 있고,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홈리스 대상 경제범죄들이 유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범죄들은 생계, 주거, 일자리 등 복지로 제공되어야 할 것들을 매개로 일어나는 것으로, 홈리스 관련 정책들의 문제가 홈리스 대상 경제범죄를 유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본 논문은 기존 홈리스 정책 실패의 예증으로서 홈리스 상태의 악화와 경제범죄 피해 실태를 분석하고, 이를 답습하지 않기 위한 정책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IMF 경제위기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서울지역 거리홈리스의 상태변화를 확인한 결과 전반적인 악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홈리스의 수 감소는 확인되지 않을 뿐더러, 급속한 고령화와 인적 관계의 고립화와 같은 취약성이 증대하고 있었다. 금융채무불이행자의 비율은 꾸준히 40%를 상회하고 있으나, 아무런 수입도 없는 이의 비율은 늘어 최근 70%에 육박하고 있다. 홈리스 상태에 이르는 과정 역시 악화하고 있다. 전직(前職) 비정규직 비율이 증가하고 있고, 직전 주거 중 점유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월세 비중이 늘고 있으며, 사실상 홈리스 상태라 할 비(非)주택 거처의 비중 역시 커지고 있다. 이처럼, 서울지역 거리홈리스에게 있어 IMF 경제위기 이후 약 20년에 걸친 기간은 홈리스 상태와 유입 경로 모두가 악화한 시기였다.
다음으로, 홈리스 대상 경제범죄로 가장 대표적인 명의범죄와 요양병원 유인입원 피해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해당 범죄들의 주된 유인 수단은 일자리, 생계, 주거 등 경제적인 것으로, 홈리스들은 이와 같은 필요를 해결해 주지 못하는 노숙인 복지제도에 실망하여 범죄에 이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요양병원 유인 입원은 노숙인 의료제도가 지원하지 않는 의료적 필요에 따른 경우도 상당수 발견되었다. 이들 범죄는 홈리스들을 모집, 이동, 격리, 폭행하는 등 인신매매의 형태로 진행되었다. 동시에, 범죄 집단들은 홈리스들에게 술과 담배를 제공하고, 일 나가는 것을 허용하거나, 일상생활의 자유를 주기도 하였는데, 이는 이들 범죄가 철저하게 경제적 동기에 최적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범행에 이용된 홈리스들은 형사적 처벌을 받고, 수백에서 수 천 만원의 명의범죄 채무를 떠안거나, 병원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환수 책임을 지게 된다. 결국 홈리스 개인에게는 상태의 악화와 장기화만 남겨질 뿐이다. 따라서 홈리스 상태의 악화, 홈리스 대상 경제범죄의 유행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홈리스 정책의 질적 변화가 필수적이다. 이에, '예방 중심의 대책', '도구가 아닌 목표로서의 홈리스 정책', '체계적이고 실효적인 지원'이라는 세 가지 차원의 개선 방향을 제시하였다.
본 논문은 IMF 경제위기로부터 현재까지 약 20년에 걸친 서울지역 거리홈리스의 상태변화를 파악하고, 홈리스 대상 경제범죄의 작동원리와 구체 실태를 확인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홈리스 상태변화를 구체화 할 충분한 자료를 수집하지 못한 점, 홈리스 상태 변화와 경제범죄의 유행에 대한 구조적 분석을 진행하지 못한 점은 한계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