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정신을 요구했던 우리 사회가 공간정신의 틀 속에서 재편되고 있다. 사회과학 분야의 담론에서 '공간'이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시간'을 상징하던 서울시내의 고가도로가 하나 둘씩 철거되면서 새로운 '공간'이 되살아나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변화를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서울역 고가도로의 공원화 사업에 대한 매스미디어의 보도에 대해 담론 분석을 시도했다. '서울로 7017'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 공간은 '걷기'를 통한 공간적 실천을 강조한다. 본 연구는 매스미디어가 어떤 방식으로 이 공간을 재현하는지 분석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 속에서 도시에 대한 공간 담론과 공간적 실천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고찰했다. '개발의 시대'인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20여 년 간, 당시 서울시의 개발을 이끌었던 국가 권력과 행정가들은 서울시내 도로망과 교통 흐름을 인간의 혈맥에 비유할 정도로 빠른 이동과 효율성에 집중했다. 고가도로 건설도 이러한 맥락에서 건설되기 시작했다. 국가적 차원의 개발과 건설로 인한 공간 분할, 환경 영향 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한참이 흐른 뒤인 2000년대에 들어선 직후부터다. 이때부터 청계천 고가도로 철거를 시작으로 서울시내 주요 고가도로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고가도로 상 교통정체가 심해지면서 본래의 기능을 잃은 탓도 있겠으나 우리 사회가 시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온 공간에 대해 비중 있게 생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수십여 년 동안 이어져온 도시 개발이 아니라 공공성·재생·관계 같은 개념에 비중을 두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학계를 중심으로 '공간적 전회'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고 구체적인 공간적 실천도 나타난다.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의 경우, 일각에서는 전임 시장들과 다를 바 없는 공적 쌓기라는 비판도 있었으나, 현재까지 공간의 소비 주체인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공간연구의 선구자인 앙리 르페브르와 데이비드 하비가 개념화한 공간적 실천·공간의 재현·재현의 공간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에 대해 매스미디어를 통해 분석한 결과, 우리 사회 전반의 공간 담론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에 대한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기사를 분석한 연구 결과 고가도로 철거 및 공원화로 인해 살아날 공간에 대해 적극적인 재현을 했다. 특히, 두 신문은 미셸 드 세르토가 강조한 '걷기를 통한 일상 생활 속 공간 실천'을 보도에 녹여 담론을 형성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매스미디어 보도가 형성한 담론의 영향을 받은 서울시민, 상인, 주민 등 공간점유자들이 생산자이자 소비자로서 되살아나는 장소에서 공공성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공간적 실천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