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전통공연예술의 발전을 위해 현재까지 여러 방식을 통해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여 왔다. 그러나 체계적인 정책 추진 구조의 확립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따르지 못했기 때문에 추진 과정이 미흡하였고 결실을 맺지 못했다. 특히 이해관계자가 얽혀있는 소속 국립기관에 대해서는 무관심과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국립문화예술기관 중 '전통공연예술의 창의적 계승' 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는 곳은 국립국악원과 국립중앙극장이 있다.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설립 초기에는 각 기관의 고유한 직무와 역할이 존재하였으나, 현재는 각 기관 및 전속단체의 차별성이 점차 없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즉, 두 기관의 기능 중복과 비효율성이 초래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 공공자금이 투입되는 정부기관인 만큼 운영효율을 위하여 지향하는 점이 분명히 구분 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관련 학계에서도 관련 기관의 존속 또는 전통공연예술의 진흥을 위한 포괄적인 연구가 주된 흐름이었기 때문에, 정책 수행의 가장 중추역할을 맡고 있는 국립예술기관의 역할 수행에 대한 감시와 평가는 부족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연구자는 본 연구를 통해 국립국악원과 국립중앙극장을 연구대상으로 하여, 두 기관의 기능 중복 현황과 그 원인을 밝히고자하였다. 가외성 이론을 적용함과 동시에 통시적 관점에서 조직의 변화를 알기 위해 관련 법령, 백서, 조직규정, 연감 등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분석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역사적 배경과 설립 목적, 목표 및 과제 등의 규정적 환경을 비교·점검해 보고, 2013년에서 2015년까지 최근 3년 간 각 기관의 주요 공연을 분석대상으로 하여 가치 지향성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각 기관의 성격과 방향성이 설립 초기와 달리 다소 변화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립중앙극장은 설립의 시초가 되었던 국립극단을 비롯하여 전속단체들이 분리되면서 더 이상 한국 공연문화예술을 대표하는 종합기관이 아닌, 현재 남아있는 전통공연예술 중심의 전속단체를 기관 존속의 수단으로 여기게 되면서 국립국악원과 유사한 기능을 띄게 된 것이다. 또한 각 기관과 전속단체의 규정적 환경의 내용에 큰 차이점이 없었다. 임무의 한계 범위를 차별성 있고 일관되게 규정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기조와 시대적 요구의 변화에 따라 각 기관의 공연 지향성도 따라가게 되어 기능 중복의 정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국립국악원의 경우 지난 3년 간 '원형 재현' 을 넘어 대중성 있는 창작 작품을 지향하는 작품 및 기획공연들이 제작 되는 한편, 전속단체의 정기공연에서도 그러한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과 국립국악관현악단은 단체의 기능과 공연의 가치 지향성에서 중복 현상이 가장 크게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공공부문에서 기능 중복이 가외성 관점에서 인정되는 것은 견제와 균형, 통제 등을 통해 오류 가능성을 낮추거나 비상시를 위해 복수 기능을 유지하는 것인데, 두 기관의 상황은 이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한정된 문화예술정책 예산의 제약 하에서는 정당성이 약화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관 간 기능 중복은 국가적 차원의 예산 낭비, 기관 간 갈등, 정책의 비일관성 등 여러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두 기관은 조직적인 결합 및 협력구조의 부재로 정책 집행에 있어 시너지를 얻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정책 역량을 약화시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립국악원과 국립중앙극장의 기능 중복 문제의 해소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우선 기관 간 수평적 조정을 통해 조직 체제의 변화 없이 상호 기능의 재조정을 시도하는 것과 조직 체제를 변화시켜 전속단체의 통합 및 조직을 개편하는 방안이 있다. 기능 중복의 해소 차원에서는 조직개편 방안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이는 실현 가능성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기관의 대규모 개편이 전제되고, 전속단체의 모든 기능의 이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능 중복 문제의 해소를 위한 정책적 조정은 장기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전통공연예술과 관련하여 정책 수행을 하는 국립문화예술기관의 기능 중복 현황과 근원을 밝히고, 이에 대한 정책적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향후 정책 수립에 필요한 함의를 제시하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효율적인 정책 수행 구조의 확립은 전통공연예술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장기적으로 예술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책 고객을 만족시키며,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루는 실효성을 거두게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 수행 기관의 역할이 효율적으로 활용·운영되어 최대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소속기관 운영에 최우선 원칙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