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49년 동안이나 인도 캘커타에서 사랑의 선교회를 이끌었던 마더 데레사의 영적 어둠에 대한 체험과 그 체험이 갖는 내적 의미를 조명해 보았다.
'빈자의 어머니' 마더 데레사는 어둠의 성녀였다. 그녀는 인도 캘커타에서 가난한 자, 소외된 자들에게 반평생 하느님의 사랑을 전파하면서도 한편으로 자신은 하느님의 부재 체험이 가져온 영적 어둠을 겪으며 하느님존재에 대한 의혹, 상실의 외로움, 열정의 무력감, 천국에 대한 공허감 등으로 괴로워했다. 그녀의 이러한 역설적인 삶을 좀 더 정확히 이해하기 위하여 그녀가 겪은 어둠 체험의 진정한 모습과 의미를 해석해 볼 필요가 있다.
연구 방법으로는 마더 데레사의 서간 및 영적 조언자들의 증언에 나타난 영적 어둠 체험들과 마더 데레사의 반응들을 분류하고 내적 의미를 십자가성 요한의 ‘어둔 밤’을 중심으로 조명하였다. 그녀의 어둠 체험은 하느님께서 영혼의 영적 단련을 위해 내리시는 가톨릭 전통의 영적 '어둔 밤'의 은총이었다. 그녀의 어둠 체험은 영혼의 정화의 단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리스도의 고통과 일치를 위한 사랑과 비움의 어둠, 가난한 이들의 치유를 위한 실천적 어둠이라는 점에서 십자가 성 요한이 제시한 두 개의 어둔 밤체계와는 차이를 보인다. 그녀는 어둠 체험을 통하여 헌신을 향해 이끄는 단순한 믿음, 고통을 통한 그리스도와의 일치, 애덕실천을 통한 자아실현그리고 완전한 기쁨의 영적 여정을 할 수 있었다. 이는 어둠 밤이 그녀에게 기능적으로 작용한 모습이며 동시에 그녀가 그에 반응하고 수용해가는 모습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녀의 어둠 체험의 여정이 거창한 계시나 비전에 둘러싸인 신비 체험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과 동거하며 일상의 사소한 일에서 끊임없이 그리스도의 고통에 동참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전파하는 실천적 여정이었다는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마더 데레사의 어둠 체험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내려진 영적 ‘어둔 밤’의 체험으로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의 심연으로 들어가는 희망의 통로였으며, 이 통로를 통과하는 데는 거창한 계시나 비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단순한 믿음을 지켜내고 작은 것에서부터 이웃에 대한 사랑을 끊임없이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