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은퇴전환기 남성들이 경험하는 부정적 심리현상을 파악하고, 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자애명상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경우에 어떠한 변화를 경험하는지를 질적 사례연구의 방법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은퇴전환기 남성들은 갑작스런 역할 상실과 관계 단절에 따르는 특별한 부정적 심리현상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여 긍정적 심리를 증장시킬 수 있는 자애명상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5명의 은퇴전환기 남성을 연구참여자로 선정하였으며, 2015년 12월부터 약 3개월간 총 10회기에 걸쳐 '자애명상의 생활화' 실습을 진행하였다.
자료는 녹음·질문지·관찰 등을 통하여 수집하였고, 수집된 자료들은 유사성이 있는 것끼리 추상적으로 범주화하였으며, 범주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아비담마의 심소를 기본적인 틀로써 적용하였다.
자애명상이 분노 조절, 사회적 유대감 증진, 스트레스 감소 등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검증한 연구들은 국내외에 많이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양적 연구이고 질적 연구로는 국내에서 초보상담자와 화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2건의 논문이 확인되었다.
본 연구는 은퇴전환기 남성에 대한 자애명상 생활화의 효과를 질적 방법으로 분석한 최초의 연구로서, 자애명상에 대한 또 하나의 이론적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연구결과는 앞으로 정부나 기업 등에서 시행하는 은퇴전환기 대상자들의 준비교육이나 심리상담 등에 직간접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은퇴전환기 남성들이 경험한 가장 보편적인 장애심리는 불안과 동요의 '들뜸' 현상으로서, 모든 참여자들이 불규칙적인 수면, 속이 울렁거림, 악몽, 몸이 뻣뻣함, 상실감, 좌절감, 위축감, 무망감, 초조감, 회의감, 우울감, 감정조절이 잘 안됨, 두려움 등을 지속적으로 경험하였다.
또한 은퇴전환기 남성들이 경험한 또 다른 대표적인 장애심리는 '분노'로 분석되었으며, 자기 자신, 가족, 전직 회사, 사회 일반, 특정 사건 등을 대상으로 하여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났다.
은퇴전환기 남성들이 경험하는 위와 같은 다양한 장애심리 현상은 짧은 기간 내에 자연스럽게 긍정적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었으며, 퇴직 경과 기간의 장단에 관계없이 유지·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은퇴전환기 남성들은 자애명상의 생활화를 통하여, 자기조절과 관계변화에 대한 능력이 향상되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심리적 전환이 일어났으며, 이를 바탕으로 변화된 삶으로 나아가는 경험을 하였다.
'자기조절능력'이란 각종 심리현상들로부터 생기는 부정적 느낌, 생각, 의도를 이해하고 수용하고 관리하여 몸과 마음의 편안함을 얻는 것이며, '관계변화능력'이란 자신과 타인을 소중하게 보게 됨으로써 기쁨과 활동적인 힘을 바탕으로 사회적 연결감이 증가되고, 자신과 타인들에 대한 태도가 친화적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자기조절능력의 향상과 관련한 대표적인 변화 경험은 분노를 표출하는 횟수가 줄고 그 강도도 약화된 것으로서, 이는 참여자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한 현상이었다. 관계변화 능력의 향상과 관련한 대표적 변화 경험은 자신과 타인을 소중히 생각하게 되고 따뜻한 마음으로 개방되었다는 점이며, 이 또한 참여자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한 현상이었다.
변화의 과정은 4개의 핵심범주인 ① 자애명상의 생활화 → ② 심리적 전환 → ③ 지혜의 증장 → ④ 변화된 삶으로 나아가기의 단계로 발전하였는데, 반드시 앞의 단계가 완성되고 난 이후에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라기보다는 각 단계가 유지 강화되면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며 변화되어 가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셋째, 은퇴전환기 남성의 심리적 전환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요인들은 '환경적 요인', '명상적 요인', '보조적 요인'으로 범주화할 수 있다. '환경적 요인'은 참여자들의 성격이나 기질, 종교적 신념이나 가치관, 가정환경 등이고, '명상적 요인'은 본 연구 기간 동안의 명상 관련 실습활동 자체를 말하며, '보조적 요인'은 참여자들의 내외부적인 자원들로서 가족의 관심과 지원, 위기극복 경험, 커뮤니티 활동 등이다.
넷째, 본 연구의 중요한 성과는 참여자들이 자애명상의 생활화를 통하여 삶의 긍정적인 변화를 직접 체험하였다는 점이다. 즉, 은퇴전환기 남성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자애명상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경우에, 삶이 질적·구체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예증하였다는 점이다.
'나와 다른 사람들이 다 행복하고 평안하기를 바라는 거룩하고 고결한 씨앗'은 각자의 마음속에서 주된 생각의 하나로 새롭게 싹이 텄으며, 이것이 실천적인 행동으로 뒷받침 되면서, 오래된 습관의 변화라는 더 큰 줄기로 자라나게 되었다.
이러한 행동과 습관의 지속적인 변화는 결국 '나'라는 존재의 가치와 운명을 새롭게 결정짓는 일이 될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을 갖게 되었다.
본 연구의 한계점은 연구 참여자를 직장에서 퇴직한지 5년 이내의 남성들로만 구성하였다는 점이다.
따라서 향후에는 참여자를 보다 폭넓게 선정하여 연구결과를 보완할 필요성이 있으며, 나아가 은퇴전환기에 있는 사람들의 긍정적인 심리 개발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 연구도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전체인구의 약 1/4이 넘는 숫자가 은퇴 전환기에 해당되는 아주 심각한 사회문제의 발생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이에 대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전통적인 복지의 관점에서 물질적 지원에만 비중을 두고 있는 실정이므로, 앞으로는 정신적인 측면에도 관심을 더욱 높여가야만 우리 사회가 더욱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정부, 기업, 각급 사회단체 등이 은퇴전환기 대상자, 은퇴자들을 구분하여, 이들의 심리적인 특성에 알맞는 다양하고 체계적인 교육 및 상담활동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마련할 것을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