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출애굽 해방 사건의 가치는 21세기를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애굽 땅에서 신음하던 이스라엘 백성과 하비루(habiru, 사회적 하층민)의 탈출기로 알려진 출애굽 해방의 숨은 본질을 가나안 민중의 내재적 공분이 촉발된 해방으로 보는 관점이 있다. 출애굽 해방을 해방신학적으로 보는 해석이다.
여기에 21세기 다중 사회와 신자유주의적 현실이 중첩된다. 21세기는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시대다. 컴퓨터 기술의 발달과 인터넷 수요의 급성장은 디지털 민주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현실 아래 공동체와 인간 존엄의 보편성 상실 또한 가속화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예외적인 하나의 사건이 21세기, 한국적 디지털 스토리텔링 상황에서 일어났다. 한국적 MMORPG(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에서 발생한 리니지2 바츠해방전쟁이 그것이다.
이 논문의 목적은 해방신학적 접근으로 본 밑으로부터의 해방이란 의미를 갖는 출애굽의 신학적 의미가 21세기 디지털 스토리텔링에서 나타난 반제국주의 스토리텔링과 상호 융합할 수 있는지 살피는데 있다. 바츠해방전쟁 담론 연구가 해방신학적 관점으로 본 출애굽과 이야기 비교를 통해 보편적 가치의 재연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논문의 연구 주제는 첫 번째, 두 이야기 비교다. 역사적 실재에서 출발한 출애굽 해방과 픽션(fiction)에서 출발한 바츠해방은 출발점은 상이하지만 과정에서 공통점이 발견된다. 출애굽 발생 동기가 민중의 해방인 것처럼 바츠해방전쟁 역시 해방 모티브가 나타난다. 독자와 작가 간 상호 융합의 특징을 가진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다중이 동시에 참여하는 다중상상력의 무대를 펼쳐놓는다. 바츠해방전쟁에 나타난 정치적 상상력의 동기가 해방 모티브에 있다는 측면에서 출애굽 해방과의 상호연대 가능성이 모색된다.
논문의 두 번째 연구 주제는 인간 해방이란 의미의 발견이다.
출애굽 해방의 독자는 교회 공동체다. 교회 공동체는 출애굽의 역사적 기념을 위한 전례와 의식을 존중한다. 바츠해방전쟁은 종교 공동체가 공유하는 종교적 감정을 전례의 형태로 나누지 않는다. 대신 해방을 열망하는 공동체에 대한 고찰을 지속한다. 바츠해방전쟁 참여자들은 21세기 신자유주의시대를 살아가는 신흥 하비루다. 그들은 파편화된 개인주의 사회 속에서 일상을 살아간다. 그들에게 바츠해방전쟁은 해방 모티브란 새로운 가치로 경험된다.
결국 이 논문은 출애굽 해방의 신학적 의미가 과거의 사건만이 아닌 21세기 민중 해방의 현재진행형이란 사실과 창조적 미메시스(mimesis)로 알려진 바츠해방전쟁과 해방 모티브를 중심으로 발전적 상관성을 갖고 있음을 모색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