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마을만들기와 공동체 활동의 일환으로 동 단위 마을지 제작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기존의 마을지가 일부 전문가들이 농촌마을을 대상으로, 과거 마을의 유래와 풍속, 전통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해 제작됐다면, 광주시 마을지는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여 도시안의 마을, 현재의 마을을 대상으로 제작된다. 이러한 마을지 제작은 상당히 대규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국적으로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광주시에서 마을지가 발간되기 시작한 것은 2011년도로, 전국적 열기를 띠고 있는 마을만들기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이 연구는 마을만들기가 어떤 연유로 마을지 제작이라는 현상을 동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광주시 마을지를 대상으로, 마을지 유형 및 마을지 제작 주체에 대한 분석을 통해 마을만들기에서 마을지 제작의 의미와 한계를 밝히고자 했다.
광주시 마을지의 내용을 인지하지 않고는 연구를 이해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때문에 논문에서는 광주시 마을지 내용을 기반으로 유형 분류를 진행했다. 연구자가 수집한 35권의 마을지는 내용 및 목적에 따라 '마을기록형', '사업수록형', '절충·협력형'으로 구분되며, 제작 참여 주체는 주민 주체와 전문가 주체로 나뉜다.
마을기록형 마을지와 사업수록형 마을지는 대부분 전문가 주체들이 제작한다. 반면 절충·협력형 마을지의 경우 주민 주체와 전문가 주체가 마을지 제작 과정에 참여한다. 따라서 제작 주체에 대한 고찰은 절충·협력형 마을지를 중심으로 진행했다. 주민 주체는 연구자가 마을지 제작에 직접 참여했던 남구 월산동과 북구 중앙동의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전문가 주체에 대한 고찰은 마을지 제작 참여 횟수가 가장 높은 집단을 선정하여 심층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광주시 마을지는 마을만들기에 있어 주민참여 계기를 마련하고, 주민 표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마을지는 제작 과정에 있어 풀뿌리 공론장을 형성시키며, 주민이 마을을 재인식하게 하게 해 마을에 대한 애정을 함양시킨다. 그리고 마을지 제작 경험을 통한 주민 역량 강화는 향후 마을만들기 추진동력확보에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아직 마을지 개념은 주민들 내에서 합의되지 않은 채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제작 목표에 혼란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주민 간의 이해 관계와 마을지에 대한 전문성 및 객관성 요구 등으로 제작 전체를 전문가에게 위탁해버리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더불어 마을 콘텐츠 부족으로 인해 다른 자료에 서술된 내용을 마을지에 중복 기재하고 있는 경우도 있으며, 발간 이후 전반적으로 활용되지 않는다. 이밖에 광주시 마을지는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을 위한 도구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마을지가 도시에서 마을만들기의 일환으로 제작되고 있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마을지 역시 도시계획을 미시적으로 제안하는 위치를 점하고 있다. 기존의 건축과 하드웨어 중심의 도시계획과 달리 현재의 마을만들기는 그 과정에 있어서 문화적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광주시 마을지는 마을을 대상으로 한 문화콘텐츠이자 주민참여 활동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광주시 마을지가 가지는 의의와 한계는 현재 마을만들기의 특성과 정체성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주체가 생산하는 문화콘텐츠인 마을지는 도시 단위 문화기획과 관련이 있다. 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적 기획처럼 마을 단위 문화기획 역시 주민과 기획자 사이에 소통과 협동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문 기획자가 주도해 버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기획자 집단의 특성 따라 마을의 비전과 계획이 획일화 될 가능성도 있으며, 주민에게 활용되지 못하고 전문 기획자의 수익과 경력 창출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논의는 광주시의 마을지 제작 사례에 한정되어 있지만 적어도 이 논문을 통해서 마을과 공동체에 대한 문화기획자의 태도나 접근방식에 대한 성찰은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