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麟角 一然의 『三國遺事』가 '傳法'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데 대한 연구가 미흡함에 주목하여 일연의 전법에 대한 認識, 즉 전법적 필요성, 내용, 특징, 그리고 意義를 『삼국유사』 권4 제5 「義解」편에서 좀 더 심도 있게 밝히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의해」편은 신라시대에 敎學과 信仰[信行]의 두 측면을 統攝한 高僧 13인과 居士 1인의 전기가 집약되어 있다. 이들은 당시 신라 전법의 주체였는데, 이들의 교리의 이해와 전법 활동을 서술한 것이 「의해」편이므로 연구범위 선정에 상당한 의의를 두었다.
일연은 고려시대 몽골 침략과 원나라 간섭의 수난기에 살았다. 이때 승려였던 그가 가장 주목했던 전법의 내용은 '佛性'이었다. '불성'은 곧 '主人公'으로 '부처님 성품'이자 '우리의 참 마음'을 일컫는 불교사상이다. 일연에게 '불성'의 전법은 민족의 주권과 정체성을 상실한 우리 민족에게 각자 자신은 '주인공'으로서 삶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대인식의 전환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그는 먼저 「의해」편을 통해 유교적 정치이념을 지향하는 『三國史記』에서 삼국의 '빠진 이야기'를 드러냈고, 중국 『高僧傳』이나 『海東高僧傳』의 오류에 대한 지적을 덧붙였다. 또 중국과 다름을 지향한 '佛敎神異'를 담아 우리 민족 각자 자신은 '불성'으로서 삶의 주체라는 것을 믿고 알게 하여 相對的 주체의식을 고양하였다.
그리고 천민에서 왕족까지 다양한 출생신분이었던 승려들이 노력 여하에 따라 부처의 반열에 이르는 모습을 보여 주었으며, 또 부처님 나라인 천축으로 직접 구법을 떠난 구법승의 이야기를 담아 우리 민족 스스로가 '불성'의 自內的 주체임을 믿고 이해시키려고 하였다.
그런데 일연은 더 나아가 『삼국유사』 「의해」편에서 敎學과 信行을 통섭한 신라의 고승 13인과 거사 1인을 수록하였다. 이 의미는 이들은 자신들의 '불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깊은 이해[信解]가 있었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신라에서 강의, 강독, 그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전법을 실천하며 이상적인 '한국적 부처상'의 완성[行證]을 보여주었다는 점에 있다. 이와 같이 「의해」편은 불교의 '修行四段'인 '信解行證'을 구족하고 있는데 바로 여기에 일연의 전법적 특징이 있다.
한국적 부처상의 유형은 大乘 護國型[원광, 보양], 戒律 占察型 [자장, 진표, 심지], 瑜伽 華嚴型[태현, 의상, 승전, 법해], 僧俗 不二型[양지, 혜숙, 혜공, 원효, 사복]이 있었다. 이들의 행적은 중생들에게는 감동으로 와 닿아 삶의 모범이 되었고, 또 완전한 삶으로 비추어졌다.
그렇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은 전법 자체에만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인생의 實相을 바로 洞察하여 행복한 삶을 구현함에 있다. 따라서 '신해'가 일상적 현실에서의 '앎'의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면, '행증'은 현실의 '삶'에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해'와 '행증'이 그랬던 것처럼 '앎'과 '삶'의 거리는 능동적 실천에 의해 최소화 할 수 있으며, 또 '앎'이 좀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의 디딤돌이라면 '삶'은 일상적 생활 속에서 능동적 실천에 의해 구체화 되었을 때 완전해 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연의 전법적 의의가 있다하겠다.
이상으로 『삼국유사』 「의해」편에 나타난 인각 일연의 전법인식은, '주체적 앎' 즉 우리 민족에게 각자 자신은 '불성'으로서 삶의 주체라는 것을 '믿고 알아야 한다는 것[信解]'과 그 앎을 우리가 사는 이 땅 이 자리에서 '능동적으로 실천하여야 비로소 완전한 삶을 이룰 수 있다는 것[行證]', 즉 '능동적 삶'을 살 것을 깨우쳐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