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연기적 관점에서 이해할 때 인간과 환경, 자연과 인간은 공존, 공생해야 하는 유기체들이다. 오온을 만족시키는 감각적 욕락에 길들여진 인간의 독선은 연기(緣起)의 진리를 간과하였고, 그로 인하여 생명경시 풍조와 인간성 상실과 인간들 사이의 괴리감은 더욱 심화되었다. 인간존중, 생명존중에 대한 가치관에서 벗어나 주객이 전도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실은 '나는 누구인가', '나와 남을 이롭게 하는 삶은 어떤 것인가'라는 현실적 고뇌와 대면하게 된다.
본 연구에서는 물질적 요소들의 결합체인 오온을 '나'라는 실체로 집착함으로써 비롯되는 괴로움의 심리 증상들을 극복하기 위해, 무상 너머에 잠재되어 있는 불성의 역동성에 주목하고 연구의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였다. '일체중생실유불성(一切衆生悉有佛性)' 즉, '모든 중생들에게도 부처님과 똑같은 성품이 있다'는 선언은 '모든 사람들은 서로가 존중 받아야 될 존재'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불성이라는 용어를 깨달음 쪽으로만 연결하려는 경향이 많다.
본 연구는 상담자적 관점에서 불성발현을 통하여 장애심리를 타파하고 본래의 밝은 심리를 회복할 수 있음을 밝혔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마음의 갈등이 빚어내는 괴로움의 현상은 인간본성에 대한 이해관이 결여된 때문이다. 일상의 심리행위 모든 것을 불성의 작용으로 이해하게 되면 불성은 역동적인 생명의 에너지로 자각된다. 반야바라밀의 지혜로 현상을 직면할 때 괴로움에 대한 지각은 단지 마음현상의 투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반야바라밀은 보현행원의 능동적 행을 담고 있어서 이에 의지하면 누구나 유익한 심리를 훈습하여 마음의 인식전환을 촉발시키게 된다. 불성으로 인간을 이해하면 상담자와 내담자의 갈등심리가 해소되는 심리 치유의 효과와 나아가 너와 나의 공존의 연기법을 알게 한다.
서양의 심리치료가 다양한 기법으로 장애심리들을 치료하는데 공헌한 점은 크다. 긍정심리학은 인간의 강점에 주력하면서 체계적인 탐구와 연구에 전념하였다. 특히 근자에 위빠사나 등 초기불교 수행을 주제로 채택한 심리치료 기법이 호응을 얻고 있다. 서양의 심리상담은 불교의 인간의 심층심리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수용함으로써 명상심리상담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불성에 근간한 심리상담자의 역할은 내담자와 더불어 '불성인간'이란 명제를 공유하여, 깊은 연민과 신뢰로써 치유를 위한 여정을 함께 하는 것이다. '불성인간'의 모습은 화엄경의 보현행원에서 그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부처님을 예경하는 것으로부터 일체공덕을 회향하는 것까지 보현행원의 핵심 내용은 불이(不二)의 불성을 근간으로 '긍정적 인간회복과 인간존중'의 실재를 보여 주기 때문이다. 보현행원은 예경·감사·찬탄·배려·존중 등을 바탕으로 긍정적 심리와 개인의 능력을 강화시키는데 조력할 수 있는 구체적 행으로 일관되어 있다. 이 열 가지 가운데 한 가지만 온전히 행하여도 모든 행원의 마음을 갖추게 된다. 반야지혜를 근본으로 하고 보현행원을 실천하게 되면 괴로움에 직면하였을 때, 불성의 역동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긍정적 심리정서로 전환시킬 수 있다. 내담자의 상처 치유에 대한 관심만큼 상담자는 내담자의 잠재된 불성생명을 적극 찬탄하고 수용해 줌으로써 가능한 일이다. 깨달음과 미혹, 부처와 중생은 한 몸이며 하나의 생명(同體大悲·全一生命)이기 때문에 내담자가 있으므로 상담자가 존재하는 것이다. 불교 심리상담의 현장이 내담자와 상담자 서로의 삶을 성숙시켜 나가는 수행의 장(場)으로 볼 때 불이의 불성에 근간한 보현행원은 상담의 좋은 기제로 활용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