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인간사회의 갈등에 대하여 희생자와 연대하시는 하나님이라는 신학적 주제와 근대성의 특징인 '배제(exclusion)'와 '포함(inclusion)'을 접목시켜 '포용의 신학'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제시한 미로슬라브 볼프(Miroslav Volf)에 대한 연구이다.
'포함'은 배제되었던 것들을 동일자의 영역으로 포섭, 흡수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유럽의 경우에는 극단적 배제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독일민족에 의한 유대 민족의 배제, 세르비아인들에 의한 크로아티아인들의 배제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즉 곳곳에서 자행된 '인종청소'는 볼프로 하여금 정체성과 타자성에 대한 신학적 성찰의 핵심주제로 삼도록 했다. 그의 관점에서 볼 때 나와 타인은 구별되지만 흡수, 동화되거나 분리, 배척되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다. 그리고 갈등 안에서 나와 타인은 가해자와 피해자로 바뀌고 가해자는 악하고 피해자는 선하다는 도식 안에서 볼프는 '자기 내어줌' 즉 그리스도의 십자가 위에 드러난 삼위 일체 하나님을 '포옹'(embrace:받아들임의 과정으로 '포용'으로 번역됨)이라는 은유로 사용한다. 이 은유는 곧 타자에 대해 '포용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진리와 정의가 불가능하다는 그의 주장으로 이어지며 용서와 화해가 전제 된 볼프의 구원론으로 발전된다.
본 논문은 한국의 특수한 분단 상황에서 나타나는 탈북이주민 문제와 빈곤과 이주라는 다문화현상에 대해 볼프의 '포용의 신학'이 폭력 극복의 신학으로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논의하는 논문이다. 한국의 기독교가 이방인과 타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극복하려는 신학적 논의에 있어서 볼프의 '포용의 신학'은 자주 인용되었지만, 양극단 사이의 갈등 가운데 종교적 용서와 화해 그리고 포용이라는 평화적 키워드에 익숙한 한국적 상황에서 볼프의 '거리두기'란 과연 정의를 구현해 낼 수 있는가?
빈곤과 이주로 인하여 민족, 국가 간의 경계 또한 사뭇 모호해 졌지만 그렇다고 계급과 인종 간의 갈등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문화사회가 전지구화 되어감으로 인해 유기와 배제 그리고 추방은 여전히 우리 주위에 늘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작은 자, 낮은 자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기독교는 그 문제의 초점을 어디에 두고 있는가?
'세월호 참사'이후 한국의 기독교에 공공성이 요구되었던 것은 한국의 기독교가 나를 중심에 두고 타자를 주변화하며 타자를 정복하여 통합하거나 배척해왔던 과거를 반성하고 지금도 여전히 희생당하고 배제되고 있는 이웃을 돌아보고 누가 과연 이 시대의 약자(희생자)인지를 상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본 논문은 볼프의 '포용의 신학'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와 한계는 무엇인지 살펴보고 특별히 세월호 참사를 통해 볼프의 공공신학은 한국사회에 과연 유효한가에 대해 연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