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현재 세계 패권국이자 태평양 지역에서 현상유지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이 중국이라는 도전국의 등장 속에서, 공격적이 아닌 방어적인 군사전략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식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이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위해서는 미국이 태평양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태평양 지역에 대한 지정학적 인식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였다. 그리고 하나의 시점을 통한 분석이 아닌 통합적인 관점으로, 태평양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였던 강대국들이 어떠한 형태로 도전을 하였고 이에 대해 미국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도전과 대응이라는 관계를 통해 분석하였다. 그리고 이것을 공격과 방어라는 이론적 메카니즘의 체계화를 통해서 미국의 태평양 지역의 해양전략을 이론화시킬 수 있다면, 미국의 태평양 전략을 국제체제의 구조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이 왜 태평양 지역에서 주변국들에게 미국의 힘의 공백이라는 인식을 줄 수도 있는 방어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위해서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 태평양에 대한 지정학적 인식이다. 미국에게 있어서 태평양의 지정학적 취약성, 즉 시간과 거리라는 지정학적 강제요인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문제가 미국의 태평양 지역의 군사전략인 해양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핵심적 고려사항이기 때문이다.
이 글의 종속변수인 미국의 태평양 지역 해양전략 전개 과정을 분석하기 위해서, 태평양이라는 지정학적 인식의 이론적 분석을 통해 지리와 정치라는 핵심변수를 도출하였다. 그리고 도전과 대응이라는 물리적인 힘의 상호 교환을 공격과 방어라는 이론적 메카니즘으로 전환하고 이것의 균형에 영향을 주는 핵심요소인 지리와 기술을 도출하였다. 지정학적 인식의 이론화와 물리적 힘의 이론화를 통해서 태평양이란 공간에서 공격과 방어의 해양전략을 결정짓는 독립변수인 핵심해양공간과 해군력이란 요소를 도출하였다.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힘의 공백에 대한 도전국가들의 인식은 해군력을 통한 핵심해양공간의 확보라는 도전의 양상으로 나타났고, 군비경쟁과 안보딜레마를 통해 전개되었다. 이같은 논리를 전개하기 위해 두 가지의 가설을 설정하였다. 첫째, 만약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힘의 공백이 발생한다면, 이를 인식한 도전국가는 해군력을 증강시키고 핵심해양공간으로 진출하여 미국에 대응할 것이다. 둘째, 만약 태평양 지역에서 도전국가가 핵심해양공간 진출을 통해 미국에 대응한다면, 미국은 해양전략을 방어적에서 공격적으로 전환시킬 것이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의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태평양 전쟁기 미·일간 해군력 경쟁과 냉전기 미·소간 해군력 경쟁을 비교분석하였다. 이 두 가지의 사례를 예로 들은 이유는 미국이 태평양으로 진출 후 강대국간 해양패권경쟁의 대표적 사례였기 때문이다.
20세기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에 대해 도전한 강대국은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과 냉전기 소련이다. 이 두 국가는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힘의 공백상태를 도전을 위한 기회로 인식하여 미국과의 해군력 경쟁을 일으켰다. 그리고 일본과 소련은 미국에 대한 도전을 위해 자체 핵심해양공간을 설정하고 해군력 증강을 통해 미국의 접근을 거부하기 위한 전략을 추구하였다. 이처럼 20세기 태평양 질서는 미국과 일본·소련 등 두 국가 간의 경쟁을 통해 형성되었다.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힘의 공백에 대한 도전국의 인식은 해군력 확장을 통한 핵심해양공간의 진출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러한 도전이 확실한 위협으로 인식되면 미국은 공격적 해양전략으로의 전환을 통해서 대응하였다. 미국은 태평양으로 진출 후 주변국들에게 이 지역에서 힘의 공백에 대한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한 공격적인 독트린의 규정과 해군력을 지속적으로 운영하지 않았다. 태평양이란 지정학적 취약성이 미국에게는 여전히 작용하고 있었고 미국의 힘의 중심은 태평양 보다는 대서양에 집중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태평양 지역의 해양전략은 힘의 극대화를 위한 전략보다는 안보의 극대화를 위한 방어적 해양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