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현대 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수많은 축제에서 그 본질적 속성이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특히 '공간적 측면'에서 축제의 성격과 메시지가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축제에서 공간은 축제의 참여자와 다양한 하드웨어가 존재하는 실존적 환경이자 프로그램, 운영 등의 소프트웨어, 그리고 축제의 주제와 가치 등 모든 것이 담기는 상징적이고 상상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을 뜻하는 공간은 인간이 경험을 통해 공간을 잘 알게 되고 가치를 부여하거나 특정한 이미지나 가치, 의미를 발견하여 장소감을 얻게 될 때 의미를 갖게 된다. 이는 공간 기획을 통해 특정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공간의 의미화를 지원할 수 있음을 뜻한다. 이를 전제로 본 연구는 축제공간을 통해 축제의 본질적 속성과 주제를 명료하게 전달하여 공간이 특별한 장소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기획을 목적으로 하며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을 대상으로 실제적 기획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기획에 앞서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축제공간에 담기게 되는 축제의 본질적 특성과 공간의 특성, 그리고 일반적인 공간과는 다른 특성을 가지는 축제공간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살펴봄으로써 축제공간은 축제적 특징을 반영한 '비일상성', '가변성', '현장성', '개방성', '상징성'을 가지며 '중심성', '영역성', '방향성'이라는 공간의 물리적 속성으로 이해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속성을 바탕으로 공연예술축제의 공간은 무대가 있는 주공간과 보조적 기능을 하는 보조 공간, 축제의 내외부를 나누는 입구공간과 축제 외부공간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또한 엘리아데의 '성과 속' 이론을 통해 축제공간이 상징적 요소를 매개로 일상의 공간에서 비일상적이고 신화적인 공간으로 변모하게 됨을 알게 되었다.
공간 기획의 대상인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은 '자연, 가족, 휴식 그리고 음악'을 주제로 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야외 음악 축제로, 다양한 공연 및 부대 프로그램이 경기도 가평군 읍내와 자라섬 일대에서 펼쳐진다. 북한강과 주변의 여러 산에 둘러싸인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어 축제를 찾는 참여자들은 다른 공연예술축제 관객들과 다르게 축제의 독특한 분위기와 특별한 경험을 기대하고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축제가 공연 프로그램 이외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공간 기획을 통해 참여자들에게 더 큰 축제적 에너지를 제공함으로써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의 축제 공간은 공간적 축과 시간적 축을 기준으로 세 구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참여자들이 축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입장하고 축제를 즐긴 이후에는 다음 해의 축제를 기약하며 퇴장하게 되는 자라섬 외부 공간, 크고 작은 무대와 각종 부스, 편의시설 등을 이용하며 축제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자라섬 내부 공간, 그리고 축제의 시공간적 중심공간으로서 음악과 자연, 모든 참여자가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를 경험할 수 있는 자라섬 중도 공간이 그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구분된 세 구역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위치와 특성을 고려하여 각각의 공간을 컨셉화하고 실제적인 기획을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참여자가 축제의 시공간적 흐름에 따라 점차적으로 강화되는 '비일상성', '유희성', '신성성'이라는 축제적 특성을 경험하고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의 '자연'과 '음악'이라는 본 축제만의 주제를 명료하게 인식하여 장소감을 얻게 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으며, 나아가 축제가 '일 년에 한 번 떠오르는 재즈 축제의 섬'으로서의 높은 고유성을 획득하며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