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진보적 여성운동에서 더 많은 여성들의 여성주의 리더쉽을 키우는 것이 지속적인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진보적 여성단체 중 하나인 한국여성의전화 지부 전임대표들의 경험을 통해 구체적인 실천 현장에서 여성주의 리더쉽은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지, 리더는 여성운동 주체로서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지를 검토하고자 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의 5년~20여년의 활동은 변화와 성장을 통해 지역 여성운동의 리더쉽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이었다. 연구 참여자들이 여성의전화 지역 단체 대표를 시작한 시점은 2007년~2011년 사이에 있다. 이들은 권위주의적인 가부장적 틀이 강고하게 작동하는 '지역'에서, 성평등한 지역 사회를 지향하며, 이를 위한 사회 자본을 만들기 위해 실천하는 과정에서 사회 구조적인 딜레마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실천해내야 만하는 부담 속에서 가장 책임 있는 여성운동주체로, 가장 폭넓은 여성주의 리더쉽을 발현하며 "무한 책임과 최소의 권한"의 형태로 활동하였다. 이들은 조직 구성원들과 함께 실천하는 과정에서 흔들리는 여성주의 리더쉽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2011과 2012년에 대표의 역할에서 퇴임한 연구 참여자들은 개인의 이후 활동 전망에 대해 조직적인 고민이나, 의논할 상대도 마땅하게 없는 상태로 '개인'이 남게 되었다. 나아가 이들은 퇴임 이후 공통적으로 단절을 경험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이 이러한 정체성의 동요와 균열, 단절의 경험을 갖게 되는 배경에는 제도화, 그에 따른 공식적·형식적 조직 형태, 그리고 그러한 조직 형태에 따른 직장화의 경향성, 상근활동가 중심의 전문성 강조와 그 외 조직 구성원간의 위계 등이 있다. 이는 전체 진보적 여성운동이 고민하는 제도화와 운동성의 딜레마와 그 맥을 같이 한다. 또한 리더쉽과 여성주의의 불편한 결합, 젠더-나이체계에 의한 쌍방향적 위계의 경향성 속에서 나타나며, 이는 여성주의, 여성주의 리더쉽, 여성운동 조직 운영 방식 등에 대한 담론이 추상적 상태에 머물면서 현실과 담론의 괴리가 발현된 현장의 상황들이다.
연구 참여자들은 현재 여성의전화 대표라는 공통의 정체성을 벗어나 개별적으로 새로운 길을 선택하거나 모색하는 중으로, 그 과정에서 여성주의적 의미성을 찾거나 여성운동적 일을 추진하기 위한 모색과 실천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미약한 네트워크가 존재하거나 혹은 개인으로만 존재하는 경우 등 '1인 운동가'의 위치성이 강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여성의전화를 비롯한 진보적 여성운동에게 운동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함에 있어 리더로 세워진 이후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함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한 집단적인 고민과 실천 방안이 있을 때에만 여성주의 리더쉽의 지속성은 가능할 것이라고 보여진다. 따라서 전임대표에 대한 몇 가지의 방안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첫째, 여성의전화 조직 내적으로는 전임대표에 대한 운동 주체로서의 인정과 그녀들의 경험, 역사가 흡수·축적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보여진다. 둘째, 전임대표들의 치유, 성찰, 운동 경험에 대한 분석, 평가를 통해 새로운 길을 도출해 가는 과정에 대한 집단적 모색과 실천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형태의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들은 전임대표 스스로의 노력과 함께 집단적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며. 이는 확장된 여성운동 주체의 재생산, 여성주의 리더쉽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제안으로서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