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익산여성의전화의 활동내용을 정리하고 객관적 평가를 통해 앞으로의 운동방향과 핵심과제를 찾아보려는 목적으로 출발했다. 이를 위해 허성우가 사용한 성폭력의 정치학, 민주화운동의 정치학, 제도화의 정치학, 지역화의 정치학의 개념을 익산여성의전화 조직정체성 변동과정에 적용해 익산여성의전화의 창립 준비모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주요 활동내용을 중심으로 조직정체성을 분석했다.
익산여성의전화 조직정체성은 세 시기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태동기인 1996년에는 반성폭력운동체의 성격을 갖는다. 이 시기에는 시의원의 가정폭력사건, 여중생집단성폭력사건, 반성매매운동 등 익산지역의 여성폭력사건에 적극 개입해서 운동을 펼쳤다. 두 번째인 1999년 이후의 시기는 제도화의 영향으로 상담소와 쉼터라는 제도화된 기관의 정체성을 가지면서 활동을 전개했다. 부설기관인 상담소와 쉼터의 설립으로 정부의 지원금에 과중하게 의존하면서 행정기관의 관여를 수용해야했고 포섭과 주변화 과정을 반복적으로 겪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운동주체들은 운동성보다는 단체운영의 안정성에 더 힘을 기울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2003년 이후의 시기는 지역여성시민단체로의 정체성을 가지면서 활동을 전개했다. 여성폭력에 대한 대응활동과 사무실로 찾아오는 여성들만 대상으로 하는 운동에서 벗어나 지역여성들을 직접 찾아가는 아파트 공동체운동으로 지역주민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또한 지방정부의 감시와 견제를 위해 익산시예산분석, 익산시의회모니터활동을 수행했다. 익산시민단체와의 연대활동으로 지역사안에 참여하거나 한미FTA저지운동, 국정원선거개입, 세월호참사와 같은 전국 현안에 개입해 단체의 목소리를 내었다.
위의 세 정체성은 서로 중첩되어 있고 연속성을 가진다. 2003년 이후 익산여성의전화는 지역화의 정치학, 제도화의 정치학, 반성폭력의 정치학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 복합적인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이상과 같은 정체성 분석과정을 통해 본 익산여성의전화의 앞으로의 과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익산여성의전화의 조직정체성의 주체자로 내부 회원의 욕구와 고민을 중심에 놓는 운동방식 실행, 둘째 지역 내 다양한 여성들의 경험과 요구를 중심으로 한 운동실천, 셋째 상근활동가들의 여성주의교육을 통한 역량강화, 마지막으로 지역여성시민단체로의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한 리더십의 역량강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