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월 진보정당을 표방하며 출범했던 민주노동당은 진보정치에 대한 지향을 바탕으로 한국 정당 역사상 최초로 여성할당제를 채택했다. 민주노동당 여성할당제는 2000년 모든 선출직과 임명직에 30% 이상 여성할당제 당헌 제정을 시작으로, 2002년 지방선거 비례후보 여성 홀수 순번 도입, 2004년 국회의원 선거 비례후보 여성 홀수 순번 도입, 2005년 지방선거 지역구 30% 이상 여성할당제 도입, 2007년 국회의원 지역구 30% 이상 여성할당제 도입으로 확장됐다. 이는 여성할당제에 대한 법·제도적 강제와 다른 정당에서의 도입에 앞선 것이었다.
민주노동당의 여성할당제는 정치에서 타자화 되었던 여성을 정치참여 주체로 불러냈는데, 그 참여는 당내 여성들의 주체성과 역동성에 기초한 것이었다. 그러나 여성할당제를 통한 민주노동당내 여성들의 이러한 정치참여에 관한 경험은 자세히 기록되지 않았고, 의미화 되지도 못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이 연구는 민주노동당 내부 여성의 관점에서 민주노동당 여성할당제 도입 과정을 기록하고 분석하고자 했다.
여성할당제는 여성 정치참여의 빠른 경로로서, 수적인 진출의 유의미한 제도임이 입증됐다. 그러나 젠더질서와 정파문화의 작동, 할당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여성 정치참여 등의 문제점도 보여주었다. 또한 여성할당제에 대한 계속적인 반발과 도전의 문제점도 드러났는데, 이는 정치참여의 보편성과 성평등 인식의 부족함에 기인했다.
여성할당제는 여성을 수적으로 진출시키는 목표를 넘어 남성 중심적 정치질서의 균열을 내고 성평등 정치로 변화를 추동해야 한다. 민주노동당 여성할당제는 이러한 여성주의적 목표를 분명히 구현하지는 못했지만, 여성정치의 임파워먼트 과정이었으며 성평등 진보정치로의 발전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여성의 정치참여는 공직 진출의 일면에서만 주로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여성이 일상 속에서, 생활세계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인지하고, 일상에서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인식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