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여성운동의 위기라는 담론에 근거해 충북지역 여성운동의 현재를 진단하고 지역 여성운동의 지속성을 모색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여성운동 이슈의 제도화는 인적 자원과 물적 토대가 취약한 지역의 여성운동을 복지체계 시스템으로 전락시켜 버린 측면이 있다. 활동가 재생산구조에 있어서의 취약함 또한 지역 여성운동 전망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연구자는 충북지역 사례인〈영자씨〉와〈여성학 아카데미〉연구 참여자를 통해 '여성주의'에 대해 인식하고 변화하는 과정, 그리고 지역 여성운동으로의 결합지점까지 참여관찰과 질적 인터뷰를 통해 심층 분석하였다.
그 결과〈영자씨〉회원들은 영화를 보는 모임을 넘어 충북지역 여성문화운동의 한 영역으로 범주를 확대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개인은 사회적 호명으로 명명되는 확장의 경험을 통해 운동의 주체로 변화하는 과정을 살필 수 있었다. 또 하나의 사례인〈여성학 아카데미〉는 여성주의 관점을 견지한 사회교육을 통하여 여성으로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노정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연구 참여자의 변화와 질적 성숙은 '여성주의'를 전파하는 소규모 커뮤니티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두 사례는 여성이라는 위치에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의식화 과정이며, 의식화 교육을 바탕으로 한 인식변화는 풀뿌리 여성운동의 기반으로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기제라고 생각되었다.
이제 여성주의 운동은 한 계층, 한 범주로 묶어 낼 수 없는 다양성의 운동이 되었다. 지역 여성운동은 현장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그 속에서 여성의 욕구를 찾아내어 의제를 만들면서 여성을 연대할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한다. 여성운동의 활황을 모색하는 지역에서 여성주의 담론을 활발히 개진할 수 있는 사회교육의 장을 만들고, 각성된 여성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여성운동 현장으로 흡수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지역의 여성운동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