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는 한국 사회 안에 존재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와 공존하는 공동체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급속한 성장을 이룬 한국 교회는 우리 사회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채 교회 본연의 위치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특히 개인과 개(個)교회에만 집중하게 만든 한국 교회의 대형화 추세가 교회의 사회적 공신력 상실은 물론 교회의 본질인 공동체성 상실이라는 위기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위기 상황의 극복을 위한 한 방안으로 초대교회 예배의 회복을 통해 교회의 본질인 공동체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 교회의 위기 극복을 위한 한 방안으로서 교회의 공동체성 회복에 관하여 논할 때는 무엇보다도 반드시 공공성(公共性)을 함께 다루어야 한다. 왜냐하면 공공성이 전제된 공동체만이 인류 공동체와 공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성을 지닌 공동체로의 회복을 통해서만 한국 교회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이며 이기적인 집단에서 탈피하여 공동체인 교회의 본질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교회는 사회와의 관계를 스스로 단절한 채 교회 자체만을 위한 공동체로 존립해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교회의 공동체성 회복이 시급한 이유의 하나는 우리 사회의 병리적 현상들의 근본 원인 역시 공동체성의 상실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의 공동체성 회복이 사회의 공동체성 회복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기대한다. 왜냐하면 교회와 사회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고, 그런 의미에서 교회와 사회는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 공동의 가치는 무엇보다도 먼저 공동체성의 추구일 것이다. 따라서 교회와 사회는 모두 공동체성을 회복하여, 우리 시대에 당면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다양한 병리 현상을 치유하면서 이상적인 상태를 향해 진보해야 할 것이다.
한편, 교회가 공동체성을 상실하게 된 또 다른 원인은 예배의 개인화에 있다. 따라서 교회의 공동체성 회복은 예배의 회복에 달려 있다. 예배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공동체의 응답으로 그 기본 구조는 말씀과 성만찬이다. 그런데 교회 공동체성의 회복을 염두에 두고 현재 한국 교회의 예배를 살펴보면 대부분 말씀에 치중한 나머지 성만찬이 결여된 불균형한 예배를 드리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로써 한국 교회는 공동체 보다 개인을 우선하는 성향을 띠게 되었고, 이는 교회 공동체성의 상실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따라서 그 무엇보다 예배의 불균형을 바로 잡아야 하며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성만찬을 회복해야 한다. 성만찬의 회복은 초대교회 예배의 회복일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교회의 본질인 공동체성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만찬은 의례이다. 의례란 의례 공동체에 의해 규칙적이며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공동체의 체화된 일상이어야 한다. 이는 특정한 절기에만 한 두 번씩 거행하는 것으로는 비중 있는 의례가 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공동체 의례를 지속함으로써 교회의 공동체성을 회복할 수 있으려면 성만찬의 실행이 교회의 일상이 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의 몸에 함께 참여하는 공동체가 같은 자리에서 같은 빵과 같은 잔을 나누어 먹고 마시며 공동체성을 함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성만찬에서 추구하는 평등과 정의의 가치를 공동체 내면에 체화함으로써 신앙인 각자가 자신의 삶의 자리로 돌아가 이를 실천하여 우리 사회의 공동체성 회복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