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말 탈산업화와 정보화가 가속화되면서 산업화 시대에 발전했던 근대 도시들은 쇠락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근대 도시의 상징이었던 산업시설이나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많은 주요 건물들이 유휴공간으로 남게 되었다. 이런 유휴공간은 도시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면서, 도시 내의 우범지대로 이용되거나 소홀한 관리로 인해 붕괴될 위험에 빠져 있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산업화가 시작된 서구에서는 일찍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도시 재생의 방안 중 하나로, 이러한 유휴공간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켜 활용해나가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예술가들이 유휴공간을 점거하여 자신들의 창작공간으로 재생하는 사례도 증가하였다. 이렇게 회생된 문화예술공간은 예술가들에게는 창작 활동을 적극 펼칠 수 있는 창작공간이 되었으며, 나아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공 공간을 표방하면서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를 증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동시대의 문화예술공간은 기존의 전시관, 박물관, 극장, 음악당 등 단일한 콘텐츠를 다루는 공간에서 벗어나 다양한 콘텐츠와 카페, 레스토랑 등이 한 공간에 들어 있는 다기능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복합문화공간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교차하는 곳이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물리적인 공공 공간이며, 다양한 콘텐츠의 문화예술을 접하고 창조적인 활동이 가능한 기능적 공간이자, 공간과 사람의 유기적인 관계에 따라 공간의 불확정성이 보완되고, 지역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곳이다. 이러한 특성의 복합문화공간은 레지던시, 아트스페이스와 같은 문화예술 창작공간을 포함하고, 동시에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와 여가 생활을 해결할 수 있는 영화관, 전시관, 카페 등의 공간을 포함하기도 한다. 반면 최근 반제도적이고 비상업적인 대안 공간으로서의 복합문화공간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이러한 공간에서는 지역 주민과의 밀접한 교류, 문화예술을 통한 소통 등을 토대로 예술가와 일반인의 구별 없이 모두가 함께 문화를 창조하고 예술을 경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의 레지던시를 포함하고 있는 대부분의 복합문화공간에서는 일반인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예술가들의 국제문화교류를 위한 해외 예술가와의 만남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예술가 간의 국제 교류에만 국한되어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문화권의 예술가와 일반인이 소통할 수 있게 함으로써 보다 확장된 의미의 문화교류를 증진시키는 대안적 복합문화공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예술가의 창작공간이자 여행객들의 숙소이며 다양한 문화 교류의 장으로 역할 하는 새로운 형태의 레지던시-게스트하우스 복합공간을 제시한다.
본 논문은 광주시 동명동에 실재 위치하고 있는 유휴 주택 2채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가정아래, 이를 레지던시와 게스트하우스가 융합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시키는 기획을 제안한다. 동명동은 광주 문화예술의 산실인 '예술의 거리'와 인접해 있으며, 최근 다양한 문화예술 관련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는 '카페의 거리'가 형성되어 있어 소규모 복합문화공간이 위치하기에 적합하다. 주택은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 여행객들의 숙박 공간 그리고 마당, 옥상, 거실, 아트스페이스와 같은 공동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러한 공간은 문화예술공간과 한국 주택형 게스트하우스의 특징과 장점을 융합한 특별한 유형의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다. 본고는 레지던시-게스트하우스 복합공간이 어떻게 많은 사람들에게 열려 있으면서 이들의 의미 있는 만남을 구성하는 공간으로 기능할 것인지에 중점을 둔다. 그리고 여행객,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문화예술 교류와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 간의 교감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계획을 제시하였다.
레지던시와 게스트하우스의 복합공간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경우 예술가들에게 장기간 입주하여 작업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며, 지역 주민들에게는 창작의 기회와 문화 향수의 기회를 제공하고, 해외 개별여행객과의 문화예술 교류의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문화∙예술의 창작 발전소이자 문화∙예술의 향유지로 기능하며, 예술가, 주민, 여행객 모두가 이 공간 안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상호교류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