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는 근래 급격한 영향력 상실을 겪고 있는 MBC 「PD수첩」의 퇴행 과정과 앞으로의 변화 추이를 확인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프로그램 제작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프로그램 변화를 확인하는데 가장 유용한 생산자의 조직을 면밀히 관찰하였다.
연구자는 우선 샤인(Schein)의 조직 문화 모델을 중심으로 「PD수첩」 제작진의 조직 문화를 규명하였는데 그 결과 이 조직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의 기본적 가정(신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첫째, PD는 프로그램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진다. 따라서 이에 걸맞은 권한을 부여받아야 한다. 둘째, 프로그램은 흡인력 있게 만들어야 한다. 셋째, PD는 진실을 전해야 하며 균형자로서 약자와 소외된 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넷째, 프로그램 제작은 민주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다섯째, PD는 도덕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 신념들은 서로 견고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구성원들은 이를 강력하게 공유하고 있었다. 이러한 신념을 지닌 조직은 PD 저널리즘이라는 독특한 저널리즘 유형을 실천하는데 최적화되었으며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성공은 위와 같은 신념 체계를 더 강화시켜왔다.
그러나 2011년 이후 새로운 국장과 CP는 위 조직 문화에 반대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 개편 과정을 진행하면서 조직 내 상당한 갈등을 유발하였다. 연구자는 이러한 갈등 양상과 PD의 반응, 조직 문화에 끼친 영향을 아이템 선정과정과 그 외 제작 과정으로 나눠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조직 상부가 진행한 새로운 변화는 기존 신념 대부분을 유지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PD수첩」은 기존의 핵심 경쟁력을 잃었고 그 동안 얻은 시청자들의 지지와 신뢰를 상당 부분 상실한다.
조직의 상부가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새로운 제작 방식은 기존 문화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내부 저항이 상당했다. PD들은 기존의 조직 문화를 고수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간부들이 새롭게 제시하는 환경에 일정 부분 적응해가고 있었다. 연구자는 그 환경 조건이 기존 SBS의 PD 저널리즘과 유사한 형태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PD수첩」만의 장점과 경쟁력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타 프로그램과 유사한 형태로 나간다면 많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과 비교했을 때 제작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며 후발 주자로 새롭게 자리를 잡는데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