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의 족장사(Patriarchal History, 창 12-50장)에서 이삭을 제외한 아브라함과 야곱, 그리고 요셉의 이야기는, 이스라엘 신앙의 출발점이자 핵심인 출애굽 사건과 매우 유사한 이야기 구조를 띠고 있다. 그중 야곱 이야기 가운데 '삼촌 라반과의 에피소드'는 '들어감-억압과 부르짖음-하나님의 개입-출애굽'이라고 하는 출애굽 패턴과 매우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야곱 이야기와 출애굽 패턴을 대칭구조 속에 비교 연구하여 보고, 두 이야기의 유사성에 관하여 연구하여 본다.
첫 번째, '들어감'에 있어서 야곱은 삼촌 라반의 환대를 받으며 그의 집에 들어서게 되는데, "너는 참으로 나의 골육이로다"라는 라반의 표현에 있어 '참으로'라는 말은 그 의미를 강화시켜, 야곱이 머무르는 것에 대한 따듯한 환영을 의미한다. 이 모습은 기근과 가뭄을 피해 애굽에 머무르게 되었을 때에 이스라엘과 그의 아들들에게 했던 바로의 환대와 비슷하다.
두 번째, '억압과 부르짖음'의 단락에서 강한 노역과 노동력 착취로 자유를 잃어버린 채 고통당하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과 대칭구조를 이루는 야곱 내러티브는, 바로 야곱의 결혼이다. 원하지 않던 레아를 얻었고, 라헬을 얻기 위해 다시 칠 년을 일해야 했으며, 레아는 야곱에게 사랑받지 못해 슬퍼하고, 라헬은 그토록 원하던 아이가 없어 슬퍼한다. 이 모든 환경이 야곱을 괴롭히고 있다. 옳지 못한 행동으로 얻은 장자권은 곧 옳지 못한 결혼, 곧 레아와 라헬과의 중혼으로 이어져 야곱을 괴롭힌다.
세 번째, '하나님의 개입'이다. 야곱의 결혼은 중혼이었다. 라헬과도 결혼하였지만 레아와도 결혼했기 때문이다. 삼촌 라반에 의해 속아서 결혼하게 된 레아는 야곱으로부터 외면을 받았고, 진정 사랑해서 결혼한 라헬은 야곱의 사랑을 받았다. 이는 창세기 전체에 걸쳐 지속되면서, 라헬의 장자이자 야곱이 가장 좋아하는 아들인 요셉을 노예로 팔아버리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런 그들을 만지시기 시작하신다.
야곱(창 30:2)과 해설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레아의 태를 여시고 그 다음 라헬의 태도 여셨다. 레아는 자녀의 이름을 통해 하나님을 찬송하고, 라헬은 자신의 태를 여신 하나님을 찬양한다. 이는 인간의 죄 많음에 대한 하나님 능력의 승리에 대한 이야기인 샘이다.
네 번째, '출애굽', 곧 '탈출'이다. "내 본토"로 가고자 하는 야곱의 열망은 모세로 하여금 다시 가나안을 향한 열망으로 자유를 호소하게 되는 이스라엘 백성과 많이 닮아 있다. 그 바탕에는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 자신에게 이어온 하나님의 약속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옳지 못한 방법으로 장자권을 획득한 야곱은 그 옳지 못함으로 고난을 당하였으나, 그것조차 축복으로 바꾸시는 하나님으로 인해 축복의 사람이 된다.
아브라함과 이삭, 자신이 가장 아끼고 사랑한 요셉의 인생에서와 같이, 야곱 자신도 삼촌 라반의 집에 거하였을 때, 그로 인하여 라반의 집에 큰 축복이 임하였던 것을 이야기는 보여 준다. 그 축복은 고스란히 라반을 넘어 야곱에게까지 흘러 넘쳤으며, 그것은 곧 많은 양떼와 가족의 번성으로 이어졌다.
번성과 확대는 바로를 두렵게 하여 그들을 노예와 종으로 삼는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두려움이 더 크겠지만 쉽게 내 쳐버릴 수 없는 노동력인 것이다. 라반이란 인물은 야곱 이야기의 전체 흐름상 이집트의 왕 바로와 매우 닮아 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야곱의 부탁을 세 번이나 거절했으며, 도망친 것을 알고 밤새 10일을 쫓아 야곱과 마주한 사람이었다. 이는 자유를 위해 떠나고자 하는 이스라엘을 붙잡고 있는 바로의 모습,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을 쫓아 전차와 마병을 이끌고 광야를 내 달리는 바로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이렇듯, 야곱 이야기 속에는 출애굽 이야기의 패턴이 다분히 녹아 들어가 있다. 이는 출애굽 전승을 기반으로,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이삭, 그리고 야곱과 맺으신 약속의 말씀이 이스라엘 민족 공동체에게 여전히 유효하며, 또한 진행형으로서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고자 했던 고대 이스라엘 역사가들의 편집기술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 민족 공동체에게 핵심이 되는 출애굽 사건은 구약 성서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구약성서 안에는 아브라함과 이삭, 그리고 야곱의 후손이자 하나님의 언약백성인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의 삶과 신앙, 그리고 역사 이해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구약성서는 그들의 역사 기록이며, 신앙고백이 되며, 이는 구전과 편집의 과정인 전승 과정을 통해 이스라엘의 뿌리가 되었다. 그렇기에 그 접근 방식에 있어 문학적 접근 방식이 가장 타당하다고 본다.
본 논문은 이러한 해석학적 입장에서 야곱이야기에 투영된 출애굽 패턴을 살펴보았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결론으로 이어진다. 첫째, 야곱 이야기는 출애굽 패턴을 기본 틀로 삼아 문학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 둘째 야곱 이야기는 출애굽전승 안에서 출애굽 사건을 연결 짓는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셋째. 그러한 야곱 이야기는 이스라엘과 하나님의 관계성에 대한 포괄적인 신학적 성찰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