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지명에서 유래된 '빛고을'은 1980년대 이후 광주를 지칭하는 또 다른 이름이 되어왔다. 빛고을이라는 별칭을 강조하면서 광주시는 글자그대로 '빛'을 소재로 하는 광산업을 적극 장려하였으며, 곧이어 빛의 모티브를 문화산업으로 확장·적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이루어진 문화예술관련 행사와 공간에서 빛은 독보적인 키워드로 대두되어왔다. 그러나 광주시가 빛을 주력 산업과 문화 행사 전면에 내세워온 것에 비해 그 의미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연구는 매우 미비한 상황이며, 다수의 행사와 공간은 주로 빛의 물리적인 특징과 경제적 효과창출에 주목하여 진행되거나 조성되어 왔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아래 왜 광주시가 빛을 활용하여 도시를 브랜딩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했으며, 광주 '빛고을'의 원류와 광주의 빛이 과연 무엇이고 어떻게 규정되어야하는 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먼저 빛에 대한 정의와 이론적 개념에 대해 고찰하였다. 뉴턴과 괴테를 중심으로 빛에 대한 물리적인 차원의 의미를 짚어보고, 인류사와 함께 해온 빛의 정신적 의미 그리고 동·서양의 종교, 조형예술, 건축물에서 나타난 빛의 문화적인 차원에서의 의미와 상징성을 살펴보았다. 또한 광주의 빛의 원류를 찾아 지명의 역사적 유래에 대해 정리하였다. 그러나 지명의 유래에서 정확히 빛과 관련된 근거는 없었으며, 이에 대한 연구와 정립이 필요해 보인다.
지명에 따른 빛의 의미 외에도 5·18민주화운동과 연계하여 광주의 정신을 대표하는 상징으로서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는 정치적 어둠을 밝힌 투쟁의 빛으로서 인식되었다. 이후 '5월 운동'에 힘입어 5·18민주화운동이 문화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투쟁정신은 민주, 인권의 정신으로 변모하였다. 광주의 빛 역시 이러한 변화 속에서 민주, 인권의 정신을 상징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한편 광주시는 국가 경제 위기 속 지역의 경제발전이라는 요구에 상응해 광주의 빛을 광산업 발전의 근거로 활용하였으며, 이후 노무현 정부의 '창의 한국' 정책 등에 힘입어 이를 문화산업으로 까지 확장시켰다.
본 연구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변화과정에 대해 살펴보았으며, 광주시가 문화행사와 공간을 통해 광주의 빛을 어떻게 활용해 왔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그 문제점과 한계점을 도출하였다.
광주시는 '세계光엑스포',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아시아문화전당 '빛의 숲' 등 빛을 주제로 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공간을 구성해 왔다. 이러한 행사와 공간은 광주시가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유네스코 창의도시' 등 광주시의 문화산업과 연계된 것으로, 광주시는 이를 통해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성장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문화 예술을 전면에 내세우며 진행해 온 이러한 빛 관련 행사와 기획이 실제로는 상당부분 경제적 유용성 논리에 입각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광주시가 빛을 활용하는데 있어 여타의 축제와 행사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들을 모방하고 차용한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문제를 발견하였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빛의 의미에 대한 인문학적, 문화적 숙고가 필요함을 역설하며, 광주의 빛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안했다. 첫째, 광주 의 빛은 과학기술 측면에서의 산업적 빛의 형태만이 아니라, 문화예술과 조화를 이룬 융합의 형태를 지향해야한다. 둘째, 광주의 빛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미디어 아트를 하드웨어적 확장의 차원을 넘어 질적인 발전 측면에서 재고해야할 것이다. 셋째, 광주를 대표하는 정신인 민주, 인권과 연계하여 광주 빛의 정체성을 확립하되, 이를 고정된 개념과 형태로서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열려있는 개념으로 간주해야한다. 넷째, 광주의 빛은 동양의 음양사상과 서양의 해체주의에서 도출한 열린 사고와 조화를 바탕으로 밝음뿐만 아니라 그 이면의 어둠까지 포용하며, 이분법적인 사고와 위계질서를 배태하는 양상들에 대해 도전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지역의 경제 발전이라는 목표 아래 급격하게 진행되어온 광주시 문화산업의 흐름 속에서, 광주의 역사와 정신을 담은 빛의 의미와 그 표현에 대한 진지한 연구야말로 우선시 되어야할 과제일 것이다.